"1인당 생산성 높이자"…4대 금융그룹, AI 전쟁 시작됐다

4대 금융그룹이 개발하는 임직원용 AI 플랫폼 및 서비스/그래픽=윤선정

국내 금융권에서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AI(인공지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은 내부 직원이 업무할 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과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임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AI에이전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임직원이 AI에이전트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다. 신한금융은 코딩 전문가가 아닌 임직원도 자신에게 필요한 AI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KB금융그룹은 이미 이달 중순 신한금융 플랫폼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AI에이전트 플랫폼을 구축, 가동하기 시작했다.

AI에이전트는 챗GPT 같은 단순 생성형AI보다 고도화된 시스템이다. 생성형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해 고품질의 대화를 나누고 일부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라면 AI에이전트는 이용자가 입력한 과업을 기반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더 나아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작업까지 수행한다. 정보 제공을 넘어 복잡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진화된 형태의 AI라고 할 수 있다.

AI에이전트 플랫폼을 활용하면 임직원은 업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주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직원이 있을 때 이 직원이 만든 AI에이전트는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받아적고 핵심 내용을 요약한 뒤 회의 참가자에게 요약본을 전송하는 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 원래는 직접 수행해야 했던 반복적인 작업을 AI에이전트가 대신 해주면 직원의 능률은 크게 올라간다.

우리금융그룹도 AI에이전트 플랫폼을 내년초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금융의 플랫폼은 임직원의 AI에이전트 설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한·KB금융의 플랫폼과는 다르다. 대신 우리금융의 플랫폼에선 이미 완성된 형태의 다양한 AI에이전트를 제공한다. 이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한 AI에이전트는 세부적으로 '슈퍼 AI에이전트'와 '서브 AI에이전트'로 나뉜다. 서브 AI에이전트는 사전에 설계된 대로 비교적 정형화된 업무를 처리하는 반면 슈퍼 AI에이전트는 더 복잡한 일까지 수행한다. 임직원이 슈퍼 AI에이전트에 구체적인 업무를 지시하면 슈퍼 AI에이전트가 지시 내용에 걸맞은 서브 AI에이전트를 찾아 다시 지시를 내리고 결과물을 갖다준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하반기 생성형AI를 활용한 각종 임직원용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이 준비하는 서비스는 △대출 계약서 체크리스트 생성용 △내규·정책금융 상담용 △광고심의용 △글로벌 내규·법령 번역용 △보안 위협정보에 대한 내부 시스템 영향도 분석용 총 5개다.

5개 서비스는 모두 임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가동된다. 대표적으로 대출 계약서 체크리스트 생성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업여신 담당 임직원은 수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인수금융·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기업여신 업무를 보려면 담당 임직원은 수백쪽에 이르는 약정서를 검토한 뒤 고객에게 내용을 요약해줘야 한다. 하나금융이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는 이 약정서의 주요 내용을 자동으로 추출, 체크리스트 형태로 정리해주기 때문에 임직원은 고객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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