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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병자’ 독일 증시, ‘트럼프 불확실성’ 반사이익에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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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닥스(DAX) 지수 가격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증권거래소 전광판에 닥스(DAX) 지수 가격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증시가 연초 대비 20%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닥스(DAX) 지수는 장중 2만4300.97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닥스 지수는 전날보다 0.83% 오른 2만4226.49에 마감했다. 52주 최저치(1만7024.82)보다 40% 넘게 올랐다. 닥스 지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30개 대형 우량주로 구성된 지수로, 2022년 연간 12.3% 하락한 뒤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20.3%, 18.8%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27일 종가 기준 연초보다 20.98% 급등하며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주요 지수와 비교해도 차이가 뚜렷하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우량주 30종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7일 기준 올해 초 대비 0.11% 하락했고, 대형주 500개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같은 기간 0.9% 상승에 그쳤다.



경제 악화로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독일 증시가 최근 미국 무역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활황을 보이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지난해 6월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 돈을 푸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현금 흐름이 좋아지는 ‘유동성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뒤 1%포인트 낮춘 뒤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은 인하 사이클을 시작한 뒤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내렸고, 시장에서는 유럽이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럽 시장에 풀린 돈이 독일 증시로 흘러들며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독일 물가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점도 눈에 띈다. 미 소비자 물가는 4월 기준 2.3%로 하향 안정화 되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올해 5월 기준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조사)은 7%대로 급등 중이다. 하지만 독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같은 시점 기준 2.1%로 더 안정적인 편이며 기대 인플레이션도 2.5% 수준으로 하향 안정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게 올랐던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세를 보인다. 독일 경제가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전쟁 전까지 독일의 대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55%에 달했다.



독일 국채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지만 독일 국채 금리는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뒤 되레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2.681%였는데, 27일 기준 2.533%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더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 탓에 미 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달러 약세가 나타나면서 자금이 독일 등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부채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지만 독일의 경우 정부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 대비 64%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독일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국면은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PMI) 지수는 48.8로 아직 위축 국면에 있긴 하지만 지난 2022년 8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위축을 의미한다.



박상현 아이엠(iM)증권 수석전문위원은 “트럼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고 미국 국채금리가 하향 안정화하기 전까지 글로벌 자금의 독일 등 유럽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더불어 6월 나토정상회의(6월 24~25일)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 예산 확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은 재정지출 확대 기대감을 강화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은 “다만 독일 증시가 경제 기초체력에 비해 강한 상승 랠리를 이어가는 점은 부담스럽다”면서 하반기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다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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