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론 공격헬기 대체할 수 없다[무기로 읽는 세상]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미래전에 대비해 레이저 무기와 ALE(Air-Launched Effects)로 불리는 정찰 및 자폭 드론을 추가로 운용할 예정이다. 보잉 제공

육군이 추진하고 있는 대형 공격헬기 2차 사업이 논란이다. 군 당국이 4조 7,000억 원 규모의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AH-64E) 36대를 미국에서 구입하기로 한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이유는 예산과 드론의 활약 때문. 지난해 8월 러시아군 공격헬기 Mi-28이 우크라이나의 자폭용 드론 공격을 받고 추락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충격을 줬다. 공격헬기가 실전에서 드론에 당한 것은 처음이다. 200억 원이 넘는 러시아군 Ka-52 공격헬기도 1,000만원 안팎인 휴대용 미사일에 줄줄이 격추됐다. 나토 산하 연구기관은 오신트(OSINT) 즉 공개출처정보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2년 동안 100대 이상의 러시아군 공격헬기가 격추되거나 손실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은 왜 이렇게 많은 피해를 입었을까. 우선 전술이 원인으로 꼽힌다. 구식 전술을 사용해 공격헬기가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에 노출되어 격추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러시아 공격헬기들은 주간에 줄지어 다녔다. 표적으로 이만한 안성맞춤도 없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군의 공격헬기들은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미국에서 도입한 현대식 방공 시스템에 대응할 최신 생존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공격헬기는 적 지대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생존 장비로 레이더 경보수신기와 미사일 경보수신기, 지향성 적외선방해장비, 적외선 대응장비, 채프와 플레어 등을 장착한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공격헬기에 달린 생존 장비의 성능은 서방제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러시아 군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공격헬기의 표적획득지시장비 개선과 장거리 대전차 미사일(LMUR)의 운용으로 최대 14㎞ 거리에서 정확하게 표적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 즉 방공망 밖에서 공격헬기가 안전하게 우크라이나 군을 괴롭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습게봤던 러시아군 공격헬기들이 이제는 우크라이나 군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23년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공격헬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이스라엘군은 공격형 무인기를 활용해 하마스를 공격했다. 그러나 무장 장착이 제한되는 공격형 무인기는 도심 속에 숨어있는 하마스를 제거하기에는 생존성과 함께 지상군에 지속적인 화력을 제공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은 미국 정부에 아파치 가디언의 긴급 구매를 요청했다.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불확실한 미래전에 대비해 다양한 성능개량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고출력·고효율의 신형 T901 엔진을 장착해 속도와 무장탑재량을 대폭 향상시킨다. 여기에 더해 레이저 무기와 ALE(Air-Launched Effects)가 장착된다. ALE는 비행거리가 최소 100㎞에서 최대 500㎞에 달한다. 별도 무인기를 띄울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유무인 복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북한이 민감해하는 무기 중에 하나다. 지난해 4월, 미국 정부가 대형 공격헬기 2차 사업과 관련해 아파치 가디언 헬기 한국 판매를 승인하자, 북한 외무성은 "도발적 망동"이라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 위협을 효과적으로 격퇴할 만큼 충분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가 96대의 아파치 가디언 헬기를 구매한 점은 우리도 고민해 볼 부분이다"고 전했다.

공격헬기 활용도는 날이 갈수록 새롭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으로, 대형 공격헬기 2차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대영 군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