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지침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건설노동자를 온열질환으로 부터 살려내라고 요구하며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노동자를 폭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새달 1일 시행되지만, 제대로 된 보호 조처는 받기 힘들 전망이다. 사업주의 구체적인 조처 의무를 규정한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의 재검토 권고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올여름(6~8월)은 예년보다 기온은 더 높고, 폭염 기간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27일 규개위와 고용노동부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3일 규개위 행정사회분과위원회는 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을 규제심사한 뒤 재검토를 권고했다. 규개위는 폭염특보 발령 기준인 체감온도 33℃ 이상일 때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보장하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규개위 관계자는 “해당 조항을 위반하면 형사처벌될 수 있고 고용형태·사업형태가 다양한데도 주기적인 휴식 보장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노동자의 건강 장해 예방에 실효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해당 조항이 중소·영세 사업장에 부담이 되는 규제라는 지적도 재검토 사유에 포함됐다고 한다.
개정안에 담긴 ‘체감온도 33℃ 이상일 때 2시간 이내 20분 휴식’은 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에 있던 ‘1시간 이내 10분 휴식 보장’을 수정해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이 없어 사업주가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했고, 노동부도 이를 받아들여 ‘미준수 시 처벌’받는 조항을 안전보건규칙에 신설했다.
하지만 개정 산안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규개위의 권고에 따라 노동부는 안전보건규칙 개정안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법률은 고쳐졌지만 구체적인 사업주 조치 의무 내용은 없는 ‘공백’ 상태로 폭염을 맞아야 하는 셈이다.
새 규칙에 담으려던 사업장 온습도계 비치와 폭염 때 조치사항 기록을 비롯해 실내 폭염 작업장 냉방시설 설치, 폭염 때 작업시간 조정 및 휴게시간 부여, 온열질환 의심 때 119 신고 등의 사업주 의무 등도 당분간 시행이 어렵게 됐다. 현행 안전보건규칙의 폭염 관련 사업주 조치 의무는 물·그늘·휴식 제공 같은 포괄적인 내용이 전부다.
규개위의 결정에 노동계는 반발했다.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2시간 이내 20분 휴식은 이번 시행규칙의 핵심적인 내용이자, 사업주가 지켜야 할 최저선인데도 영세사업장 부담이나 실효성 여부를 따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폭염에 지쳐 죽으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직업환경의학 전문의)도 “입법예고된 개정안을 바탕으로 폭염 예방 조처를 준비하고 있는 산업 현장에도 굉장한 혼선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시행규칙 개정을 서두를 예정”이라며 “개정이 늦어져도 폭염 예방을 위한 지도는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