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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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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전직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 등과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전직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 등과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혜정 | 논설위원



6·3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데 김 후보는 되레 ‘탄핵 원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 명예회복을 약속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서 연일 불법 지시 증언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김 후보는 그와 단절하는 대신 ‘윤석열 대리인’ 구실을 해온 윤상현 의원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전격 임명했다. 현재 가격으로 도합 1억원에 육박한다는 샤넬 가방 2점과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이번 대선의 ‘신스틸러’다. “박절하지 못한”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이 정권을 뒤흔들었는데도, 김 후보가 직접 김 여사 문제를 사과한 적은 없다. 윤석열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하는 그에게서 계엄과 탄핵의 악몽을 지우기는 쉽지 않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국민의힘이 매달리고 있는 동아줄은 ‘김문수-이준석 단일화’와 진영 대결이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는 김 후보 쪽에 ‘희망 고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한자릿수로 좁혀진다는 조사가 나오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지지율을 합산하면 이재명 후보와 겨뤄볼 만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자신들이 이준석 후보를 당에서 어떻게 쫓아냈는지, 지지층이 달라 두 후보가 결합할 경우 이탈표가 늘어난다는 분석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도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거듭 차단했다.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에게 굳이 후보직을 양보할 이유가 없다는 ‘진실’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단일화 스토킹’의 목적은 단일화 자체보다는 단일화 이슈를 끊임없이 제기해 ‘이준석 표=사표’ 프레임을 형성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보수 지지층을 최대한 김문수 후보 쪽으로 결집시키고,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책임을 이 후보 쪽에 일정 부분 전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여기에 없는 것은 후보와 국민의힘의 자체 경쟁력이다. 12·3 비상계엄부터 파면에 이르는 동안 ‘탄핵 반대’만 외치며 넉 달을 허비한 정당이 조기 대선 준비를 제대로 했을 리 만무하다. ‘한동훈 불가론’을 최우선에 둔 경선 룰은 외연 확장성이 전무한 후보 선출로 귀결됐고, 이마저 우악스럽게 교체하려다 역풍을 맞았다. 와해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다 보니 이는 필연적으로 과거 지향적 캠페인으로 이어진다. 박정희 생가를 찾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억울함’을 강조하며, 윤석열 최측근 인사들을 캠프 핵심 보직에 앉히고 이를 ‘통합’이라고 포장한다. 헌정 질서 파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사라지고, 표만 된다면 박근혜든 윤석열이든 정치적으로 재활용하겠다는 얄팍한 심산이다. 대선보다는 대선 이후 당권 경쟁의 예고편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에 빠져 있는 것은 이번 대선이 왜 치러지는지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최근까지 많은 시민들이 불면과 불안을 호소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무너질까봐, 국민의힘이 반대해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부결될까봐,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방해할까봐, ‘관저 농성’을 벌이는 그가 구속되지 않을까봐, 헌법재판소가 혹시라도 탄핵을 기각할까봐 가슴 졸인 시간이 수개월이다. 지귀연 재판부의 구속 취소와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 대법원의 노골적 선거 개입 등을 보며 내란 세력의 복귀를 걱정하는 상황에도 내몰렸다. 반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는 한강변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보리밥 맛집을 찾고, 영화관에서 파안대소하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부조리하다. 돌아보면 지난 6개월을 넘어 윤석열 집권 2년 반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시간이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권력 사유화와 국정 농단, 정치적 반대 세력 탄압, 언론 자유 침해 등 일상화된 ‘내란’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국민이 답해야 할 시간이다.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상대 후보 흠집내기와 극단화된 정치 공방 등이 선거판을 압도할 것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대선의 의미다.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 싸움이 아닌, 민주와 반민주, 상식과 비상식이 대선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다짐을 실현시키는 전환점이 이번 대선이다. 민주공화국이 무너질 뻔했던 12월3일의 밤을 기억해야 한다.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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