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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삭제하라'는 트럼프, '모니터링하자'는 韓 대선후보들

디지털데일리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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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페이크 음란물,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테이크 잇 다운(Take It Down)’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유포된 '비동의 성적 이미지(Intimate Visual Depiction)'를 신속히 삭제하도록 온라인 플랫폼에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묻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하면, 플랫폼은 48시간 이내에 관련 영상을 반드시 삭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건당 최대 5만달러(약 6848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삭제 지연이나 무응답은 형사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으며, 가해자 개인에게는 최대 징역형이 적용된다.

테이크 잇 다운 법은 단순히 가해자 처벌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 법적 책임과 즉시 삭제 의무를 명문화한 점에서 기존 입법들과 차별화된다. 증거 수집과 복잡한 신고 절차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를 탈피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딥페이크 이미지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이를 전면 불법화하고,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향후 1년 내 시행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피해자가 스스로 게시물을 찾아 삭제 요청을 해야 하는 피해자 부담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었지만, 딥페이크 및 성착취 영상의 확산 속도에 비해 법적·제도적 대응은 한참 뒤처져 있다. 삭제까지 수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많고, 그 사이 영상은 웹 전반으로 퍼져 2차 피해를 유발한다.

이처럼 제도적 미비 속에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범죄가 급증하면서, 주요 대선 후보들도 이를 해결하겠다며 관련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성이 안전하 나라,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강조하며, ▲딥페이크 영상 집중 모니터링 ▲첨단 기술 악용 범죄 및 명예훼손 처벌 강화 ▲불법 촬영물 삭제·수사·지원이 가능한 원스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 시스템 구축 ▲딥페이크 탐지 기술 개발 및 피해자 지원 인력·예산 확대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여성이 빛나는 나라’를 내세우며 ▲딥페이크 범죄 관련법 정비 및 처벌 강화 ▲사전 탐지 기술 고도화 ▲불법 영상 삭제 요청, 수사,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보호 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다.

두 후보 공약 내용은 유사하지만 모두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고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기존 구조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테이크 잇 다운' 법안과 같은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향은 담지 못하고 있으며,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나 예산 계획도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비해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디지털 성범죄는 개인의 존엄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범죄다. AI 기술이 범죄에 악용되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플랫폼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고, 피해자 중심의 신속한 삭제·구제 절차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 발전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책임 구조와 법적 제재를 마련하는 일은 가능하다. 기술 발전보다 한발 앞선 입법, 그것이 미국이 선택한 ‘테이크 잇 다운’의 의미다. 이제는 한국도 ‘삭제하라(Take It Down)’고 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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