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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대신 '내 집'에서…노인 일상회복 돕는 '통합돌봄'

연합뉴스 김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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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건강관리에 주거개선까지
노인 등 대상자 '복합' 수요 판단해 맞춤형 서비스 제공
(진천=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충북 진천군에 혼자 사는 이모(73) 할머니는 집 앞 마당을 쓸다 넘어졌다. 입원해 급히 수술을 받았지만 시큰거리는 왼쪽 손목보다 더 큰 걱정은 퇴원 후의 일상이다.

8주간 깁스를 한 채 혼자서 끼니도 챙겨야 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2주에 한 번은 꼬박꼬박 병원에도 가야 한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시달리는 이씨 할머니는 평소에 먹는 약이 15개가 넘는 만성질환자기도 하다.

막막한 이씨 할머니를 도운 건 군의 통합돌봄이었다. 군은 대면 조사를 거쳐 할머니의 요구를 파악하고 집안 환경을 확인한 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통증이 나아지는지, 혈당은 관리되는지를 꼼꼼히 살폈다. 주 2회 네 끼 분량의 도시락을 제공하고, 현관과 화장실에 안전 손잡이도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과 사별 후 혼자 살던 할머니의 우울감과 고립감도 크게 해소됐다.

이씨 할머니의 이야기는 진천군의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한 실제 사례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서럽다던 할머니는 6개월간 방문 간호·영양·약료 서비스 16회 등을 받으며 일상을 되찾았다.

방문 진료 모습(진천=연합뉴스) 충북 진천군의 통합돌봄 지원사업 대상자의 집에 방문해 진료하는 모습. 기사에 들어있는 사례와는 다른 대상자. 2025.5.27. [충북 진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문 진료 모습
(진천=연합뉴스) 충북 진천군의 통합돌봄 지원사업 대상자의 집에 방문해 진료하는 모습. 기사에 들어있는 사례와는 다른 대상자. 2025.5.27. [충북 진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내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현재 진천군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 47곳에서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돌봄 시범사업은 장애나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이 아닌 '살던 곳'에서 삶을 이어가도록 지자체가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따로 운영되던 의료와 사회보장 서비스 등을 연결해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했다.


진천군은 2023년 7월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퇴원한 노인의 재입원을 예방하고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한 '돌봄스테이션' 운영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10여명이 한 팀이 돼 간호·진료·영양·재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상 노인의 경우 의료·복지 수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통합돌봄은 서비스 '수요자'의 개별적 요구에 집중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이씨 할머니 외에 군의 통합돌봄 시범사업에 참여한 어르신 대부분이 큰 만족을 표했다.


조모(78) 할아버지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와서 마음도 편해지고 운동도 할 수 있고 모든 게 좋아졌어요"라고 했고, 심모(76) 할머니는 "남편이 입맛이 없어서 통 식사를 못 했는데, 영양사 선생님이 이것저것 가르쳐주셔서 지금은 식사도 잘하고 당뇨 관리도 된다"고 각각 말했다.

방문 재활(진천=연합뉴스) 충북 진천군의 통합돌봄 지원사업 대상자의 집에 물리치료사가 직접 방문해 재활을 돕는 모습. 기사에 들어있는 사례와는 다른 대상자. 2025.5.27. [충북 진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문 재활
(진천=연합뉴스) 충북 진천군의 통합돌봄 지원사업 대상자의 집에 물리치료사가 직접 방문해 재활을 돕는 모습. 기사에 들어있는 사례와는 다른 대상자. 2025.5.27. [충북 진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통합돌봄 시범사업은 경제적 효과도 내고 있다.

진천군의 노인 인구 대비 장기요양등급자 비율은 2023년 1월 11.33%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11월 기준 10.49%까지 내려왔다. 통합돌봄 시범사업 활성화로 올해 기준 연간 15억5천500만원의 장기요양급여가 절감되는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


이재철 진천군 주민복지과 주무관은 "어르신의 경우 집에서 계속 거주하면서 입원했던 병원 의료진들로부터 연속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데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보건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면서 어르신들이 장기요양등급에 진입하는 것도 줄여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돌봄이 내년 3월 전면 시행·안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경제적 유인, 인력 조달을 위한 지원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채은경 진천군 보건소 치매관리팀장은 "대상자의 집을 방문해야 하는 사업의 특성상 지역적 차이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통합돌봄에 참여하는 의료인에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 한다"며 "의료기관 평가나 인증 등에 가점을 주는 등 병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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