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찰과 응급 구조대가 26일 리버풀 워터 거리에서 한 남성을 부축하고 있다. 사진 AP |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수십만명이 행진하며 지역 축구팀의 리그 우승을 축하하던 영국 리버풀의 중심가가 한 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도 힘을 합쳐 차량을 저지하고 사람을 구했다.
27일(현지시각) 영국 리버풀의 워터 거리에서 53살 영국인 남성이 군중을 향해 차량을 돌진해 4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명의 미성년자와 1명의 성인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리버풀에프시(FC)와 함께 영국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축하하며 거리행진을 하던 수십만명의 군중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였다.
캐나디안뉴스가 확보한 영상을 보면, 시민과 경찰이 문제의 차량을 둘러싸고 손과 손에 든 물건으로 유리창을 때리고, 차를 발로 찬다. 하지만 용의자는 차량을 약간 후진한 뒤에 다시 사람들을 향해 질주했다.
이어진 상황을 촬영한 가디언의 영상 보면, 사건 차량이 거리를 꽉 채운 군중들을 향해 빠르게 돌진한다. 차는 부딪힌 사람을 차량 보닛과 지붕에 매단 채 사람들 쪽으로 내달려, 피해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군중 사이엔 경찰이나 소방관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을 막기는 속수무책이었다. 차량이 멈추자마자, 주변에 있던 수십명의 시민들이 곧바로 달려들어서 차를 둘러쌌다. 차량이 다시 달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무릅쓴 것이다.
시민과 경찰들은 차량을 함께 들어 올려 깔렸던 피해자 4명을 구조해내기도 했다. 차에 깔렸던 피해자 중 1명은 현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근무 중이던 구급요원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해리 라시드(48)는 “차가 엄청나게 빨랐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자동차 보닛에 부딪혀 퍽, 퍽, 퍽 하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차가 10초가량 멈추자 사람들이 차 유리창을 부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사람들을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끔찍했다. 명백하게 의도적이었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퍼레이드에 개인적으로 참여했던 맷 콜 비비시 기자는 “앞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고, 갑자기 차가 군중을 향해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내 딸을 잡고 길에서 물러섰는데, 차가 몇 인치 앞으로 우릴 스치듯 지나갔다”며 “차량의 뒷 유리창이 완전히 부서졌지만, 차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소니 싱(40)은 “15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자기의 다리를 붙잡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워터 거리는 리버풀 시청이 위치한 곳으로 리버풀의 중심가다.
비비시(BBC)는 리버풀 팀을 태운 퍼레이드 버스가 지나간 지 10분 뒤에 차량이 사람들을 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영국에서 공휴일인 ‘봄 휴무일’(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라 더 많은 사람이 시가행진에 참여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가 만난 목격자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시내 중심가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축제 행렬로 인해 사람들이 과도하게 몰린 상태였는데, 어떤 거리가 통제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리는 알림이 거의 없어 군중들이 혼란스러워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체포한 남성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외부로 공유했다. 달 바부 전직 런던 경찰청 선임 감독관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퍼지는 ‘이 사건은 이슬람주의자들의 공격’이라는 추측을 빠르게 잠재우기 위해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비시에 말했다.
리버풀 축구단은 “심각한 사건의 영향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사건을 수습하고 있는 응급 구조대와 지역 기관들을 전적인 도움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로더럼 리버풀 시장은 “현장에서 초기에 대응한 이들의 프로페셔널리즘과 빠른 대처에 감사한다”며 “오늘은 우리 시엔 너무나 고통스러운 날이다. 하지만 우린 함께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