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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와 노예의 차이점은…"노예는 사회적으로 사망한 존재"

연합뉴스 임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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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패터슨의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43년 만에 번역 출간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표지[이학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표지
[이학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가장 비싼 몸값을 부른 구단이나 기업에 팔리는 프로 운동선수와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를 써낸 주인에게 팔려 가는 노예는 무엇이 다른가.

미국의 세계적인 문화사회학자인 올랜도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는 프로 운동선수는 '사회적 명성을 누리는 존재'인 반면 노예는 '사회적으로 이미 사망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비싼 몸값에 팔릴수록 사회적 가치가 올라가는 프로 운동선수와 달리 노예는 자신이 속했던 공동체와 절연되고, 법적·도덕적 권리도 배제되며, 심지어 자아와 정체성까지 박탈 당하는 '사회적 죽음'(Social Death)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노예제 연구의 지형을 바꾼 책'으로 평가받는 패터슨 교수의 1982년 출간작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이학사)이 43년 만에 국내에 번역 발간됐다.

고대 그리스·로마부터 미국 남부의 노예제까지 66개 노예제 사회를 비교·분석해 노예제의 구조와 작동방식을 파악한 저자는 거의 모든 문명에서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 노예가 사회와 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노예제가 사회경제구조의 견고한 토대였고, 이슬람 세계도 노예가 행정·군사·문화 모든 분야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덕분에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특히 조선의 노예제인 '노비제'에 주목한다. 수 세기 동안 조선의 노비 인구 비율은 노예제 의존도가 최고조에 달했던 19세기 미국 남부의 노예 인구 비율보다 높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탓에 조선은 사실상 노비에 의해 사회·경제 시스템이 유지되는 사회였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조선이 노비에 의존하는 사회가 된 데에는 노비제가 도덕적 타당성에 근간을 두고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조선에선 노비를 하늘의 은총에서 버림받은 자나 부도덕한 자로 간주했고, 공동체에서 당연히 축출해야 하는 존재로 여겼다. 그 결과 노비는 조선 사회에서 철저하게 외면받는 존재이면서도, 500여년간 조선의 사회·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역할도 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노예제가 자유의 개념을 탄생시켰다'는 주장도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저자는 노예제가 생기기 전에 사람들은 자유라는 개념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지만, 노예제의 등장과 함께 자유를 언급하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출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자유라는 개념을 신속하게 선점한 것은 노예가 아니라 소유주들이었고, 그것이 바로 서구사회 자유체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19세기까지 노예제가 유지된 이유라고 꼬집는다.

김혁·류상윤 옮김. 770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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