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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단 역사를 바꾼 우연한 메디컬테스트… ‘땜빵’ 선수가 페타지니까지 지웠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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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G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새 외국인 타자 물색에 나섰고, 장고 끝의 선택은 도미니카 출신 외야수 아브라함 알몬테였다. 영입 당시까지만 해도 타격 능력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력도 꽤 풍부했고, KBO리그 여러 구단들이 리스트에 넣어두고 있었던 선수였다.

삼진 대비 볼넷 개수도 좋고, 출루율도 높은 유형의 타자였다. 여기에 홈런 파워도 있었다. 이전 외국인 타자 영입에서 너무 많은 삼진에 질렸던 LG로서는 나름의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알몬테가 LG 유니폼을 입는 일은 없었다. 계약 후 진행된 메디컬테스트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웬만하면 그냥 안고 가겠는데, 그럴 수준이 아니었다. 하체 쪽에 문제가 있었다. 그냥 두면 폭탄이 될 것 같았다.

결국 LG는 알몬테와 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타자를 찾기로 했다. 그렇게 영입한 선수가 바로 오스틴 딘(32)이다. 오스틴은 알몬테보다는 경력이 떨어지는 선수였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을 뛰며 총 126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알몬테와는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했던 LG는, 오스틴과는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 상징적이다.

캠프까지만 해도 약간은 반신반의한 부분이 있었다. 확실한 것은 잠실을 때려 부술 만한 거포형 타자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염경엽 LG 감독도 애리조나 캠프 당시 “변화구 대처 능력이 있어 괜찮을 것 같다. 거포는 아니고 중거리, 혹은 중·장거리 타자로 보고 있다”고 첫 감상을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선수가 LG 구단의 역사를 바꿀 외국인 타자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알몬테가 메디컬테스트에서 탈락한 것이 구단 역사를 바꿀 줄도 몰랐다.


그런 오스틴은 KBO리그에 온 뒤 매년 성장하는 선수로 팀 전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별한 큰 위기 없이 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한 오스틴은 2023년 139경기에서 타율 0.313, 23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통합우승에 큰 몫을 담당했다.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성적이었다.

그런 오스틴은 매년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있다. 지난해 140경기에서는 타율 0.319, 32홈런, 132타점을 기록하며 타점왕에 올랐다. 거포까지는 아니라고 봤는데, 그 큰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된 것이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팀에도 잘 어울리고, 인성도 뛰어난 선수로 팬들의 절대적인 신임도 독차지했다.


올해는 아직 시즌 초·중반이지만 지난해 홈런 페이스를 넘길 분위기다. 전체적인 투고 분위기 속에 타율은 0.301로 살짝 떨어졌으나 16홈런, 4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4를 기록하며 대활약하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득점 생산력은 1위를 다툰다. 무엇보다 홈런이 눈에 들어온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44홈런 페이스다. LG 구단 역사상 40홈런을 친 타자는 아무도 없다. 2020년 로베르토 라모스의 38홈런이 최고 기록인데, 오스틴은 올해 이 기록 도전에 나선다.


오스틴은 힘은 물론, 기술도 갖춘 타자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변화구에 약하지 않다. 올해 오스틴은 패스트볼은 물론 모든 변화구에 기본적인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구종 타율만 놓고 보면 특별히 약한 구종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대 투수들이 뭘 던져야 할지 곤란해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마냥 큰 스윙만 하는 것도 아니다. 상황에 맞게 스윙을 하고, 자신의 존 설정도 확실하다. KBO리그 투수들의 궤적이 이제는 눈에 익으면서 상황을 그려놓고 더 좋은 타격을 하고 있다.

LG 구단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임팩트를 남긴 외국인 타자로는 로베르트 페타지니를 많이 뽑는다. 2008년 입단한 페타지니는 68경기에서 타율 0.347, 출루율 0.452, 장타율 0.532를 기록하며 정교함과 힘을 모두 갖춘 타자로 각광받았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서 한국에 왔음에도 이 정도였다. 2009년에는 115경기에서 타율 0.332, 26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정교함, 선구안, 장타력을 모두 가져 상대 투수들이 진을 뺐던 선수다.

올해 오스틴의 성적은 그 당시 페타지니를 넘어설 준비를 서서히 마쳐가고 있다. 타율은 몰라도 홈런과 타점은 더 많을 가능성이 크고, 장타율(.639) 또한 당시 페타지니보다 더 높다. 2년간 큰 부상 없이 성실하게 자기 관리를 했다는 것도 기대를 걸 만한 대목이다. LG 외국인 타자의 역사가 지금 이 순간 새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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