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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백상' 정복한 이수지 “남편과 댓글은 나의 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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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우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방송인 이수지가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사랑하는 '개그'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대세로 거듭났다.

이수지는 최근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리즈,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등에서 '슈블리맘', '제이미맘', '백두장군', 성형외과 상담실장 등 다양한 캐릭터를 히트 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대치동 학부모들이 자주 착용하는 명품 브랜드를 입은 채 과열된 사교육 문화를 풍자한 '제이미맘' 캐릭터는 수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산 덕분에 '제이미맘이 입고 나온 브랜드는 사망선고를 받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덕분에 그는 지난 5일 열린 '제61회 백상예술대상 with 구찌' 방송 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4번째 노미네이트 끝에 홍진경, 장도연, 지예은, 앤믹스 해원을 제치고 마침내 트로피를 거머쥔 것.

그야말로 '대세'로 자리잡기까지 그에게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8년 SBS 10기 공채로 데뷔했다가 개그프로그램 '웃찾사'가 사라지면서 2012년 KBS 27기 공채로 재데뷔 했고, 최근에는 개그프로그램이 점차 방송가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서 한동안 무대를 떠나야 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이수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웃기는 게 가장 행복해서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웃기는 게 제일 좋고, 다른 재주도 없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될 거야'라는 생각만 했다”며 자신의 '칠전팔기' 개그 인생을 돌아봤다.

개그우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우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미디언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 처음부터 이렇게 연기를 잘 했나.

“관찰로 처음 웃음을 준 게 고등학교 때였다. 수업 시간이 지루해지면 선생님들이 '웃겨 봐라'하면서 날 불러냈다. 그러면 다른 선생님들 성대모사 하면서 친구들을 웃겼다. 그게 처음이었다. 코미디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 때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께서 '강당에서 7분을 내줄 테니까 개그 짜서 선후배들을 웃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대본으로 처음 무대를 올랐는데 친구들이 웃는 걸 보니 기쁘더라. 그 기회를 계기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그맨이 됐다. 엄마는 평탄하게 문과 졸업하고 회사 들어가서 직장인 되어서 가정 꾸리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으로 대학교에 코미디학과가 생겼는데, 우편으로 그 입시요강을 받아봤다가 혼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뭐, 가장 좋아하시지. 요즘은 엄마께서 '이거 해봐, 저거 해봐'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주신다.”


-백상예술대상에서 만장일치로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어떤가.

“소속사를 최근에 씨피엔터테인먼트로 옮기자마자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 수상까지 했다. 시작이 좋은 것 같다. 이런 라운드 인터뷰 자리도 데뷔하고 처음이다. 재미있는 스케줄을 많이 하고 있어서 재미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한 것은 나중에 기사로 봤다. (백상 측에서)진짜로 누가 타는지 말을 안 해주더라. 반반 정도 생각했다. '핫'한 선후배와 함께 노미네이트 돼서 설마 될까 했다. 수상자로 호명되고 나서는 정말 머리가 하얘졌다. 4번 후보로 참석했는데 처음에는 TV로만 보던 스타들을 직접 보는 게 재미있었고, 지난해에서야 '내년엔 꼭 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상을 받게 돼 기쁘다.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한 점을 좋게 봐주신 것 아닌가 한다. 'SNL코리아' 시리즈로는 제작진이 정해준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재미있었고, 쉬는 기간에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를 운영하면서 안 해본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런 노력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SNL코리아' 시리즈도, 유튜브 채널도 제작진과 회의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첫 번째는 공감대다. '이 모습 본 것 같아' 이 말에서 출발한다. 서로 힘을 실어서 캐릭터를 구체화한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감사한데, 보시면서 불편하신 분들이 있지는 않을지를 염두하며 창작하고 있다. 특정인을 따라하는 마음은 결코 없다. 캐릭터들을 감사하게도 좋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도 계시고, 특정인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되 불편한 분들이 없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달으며 단련하고 있다. 관련 교훈을 얻고 나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유튜브 댓글도 하나하나 확인한다. 다음 회차에서는 불편한 부분을 최대한 없애며 섬세하게 만들려고 한다. 유튜브는 그게 참 좋다. 구독자 분들의 반응을 바로 반영할 수 있다.”

개그맨 김규원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맨 김규원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튜브 채널을 왜 만들게 됐나.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SNL코리아'가 10주 단위로 시즌이 만들어진다. 그 10주가 끝나면 헛헛함이 밀려온다. 그럴 때 이 콘텐트를 만들어 놓고, 'SNL코리아'에서 발전 시켜도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동안 못했던 것, 새로운 것을 채널에서 소화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이 봐주실 줄은 몰랐다. 재미있다고 해 주시니까 더욱 신경 쓰며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댓글을 많이 참고하고 있나.

“'제이미맘' 착장에 가장 큰 참고를 하고 있다. 많은 구독자들이 '실제로는 엄마들이 이걸 들어요', '이걸 신어요'라고 댓글을 달아줬다. 그런 댓글의 '좋아요' 수를 보면 공감대가 있다는 거니까, 여름 버전은 댓글을 많이 참고해서 만들었다. 명품 착장들은 친구와 지인들에게서 빌렸다. 그래서 좀 작다. 한 댓글은 '이 분은 차 빼고 다 작네'라고 바로 알아봐 주시던데. 그걸 보며 한참 웃었다. 댓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신의 경험이 잘 녹아난 캐릭터는 무엇인가.

“'제이미맘'은 실제로 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기도 해서, 많은 어머니들에게 물어보고 반응을 극대화해서 만든 캐릭터다. 제품을 공동구매하는 '슈블리맘'과 '백두장군'은 SNS를 보다 탄생했다. 항상 SNS를 볼 때 뭘 유행하나 생각하며 보는데 공구 게시글과 새해 운세가 엄청나게 올라와서 참고했다. 교포 캐릭터인 제니는 교포 분들의 말투가 정말 귀엽게 느껴져서 만들었다. 실제 인물을 패러디할 때는 말투, 억양, 세기를 참고하기 위해 40~50번가량 영상을 돌려보며 따라한다. 어릴 적에 구연동화 녹음 테이프를 듣는 걸 정말 좋아했다. 그 영향을 받은 것도 같다. 일상에서도 상대방이 말투나 몸짓이 조금만 특이해도 바로 따라하게 된다. 이 인터뷰 자리도 금방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의 힘도 클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 나를 전적으로 사랑해주는 남편도 있고, 아기도 생기니 자신감이 붙는다. '이런 게 될까?' 하며 부끄러워 했던 부분들을 더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그 중 하나가 요가 강사 캐릭터 '재클린'이었다. 연기하면서 내가 더 재미있었다. 배꼽을 드러내는 옷차림 같은 건 결혼 전에는 솔직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어떡하나. 남편은 내 모든 모습을 다 귀엽고, 예쁘고, 말랐다고 해주는데. 아까 점심 시간에도 피자 사진을 보냈더니 '짠하다, 한 판으론 부족하지 않니?'라고 물어보더라. 날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싶다. 그런 사랑을 받고 나니 난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다. 내려 놓는 건 자신 있다. 외모 관련 댓글도 웃기다. 그저 나는 '웃기다'는 반응이 제일 최고다. 내가 도전할 때가 제일 재미있고, 일 없이 쉴 때가 제일 힘들었다. 그 시기를 겪어봐서 그런지 지금 다양한 콘텐트로 보여줄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개그우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우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힘든 시간이라 하면 언젠가.

“최근에 4억원 대 전세사기를 당했던 순간도 있었다. 전세사기는 전화위복은 안 됐고, 돈 갚겠다고 전화 좀 주셨으면 좋겠다. tvN '코미디 빅리그' 끝난 후 1년 반 정도 쉬었을 때도 생각난다. 일에 대한 소중함, 감사함을 그때 훨씬 더 느꼈다. 다양한 도전을 하는 것에서는 당시의 마음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됐다.”

-언제 인기를 실감하나.

“요즘 초등학생들이 나만 보면 '돈두댓 제이미다!'라고 외친다. 그럴 때 인기를 실감한다. 다양한 연령층이 날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많은 캐릭터들을 만들었는데, 초등학생들도 웃는 걸 보면서 목표가 이뤄졌구나 생각했다.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는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내 이름 알리게 해준 보이스피싱범 '린쟈오밍'이다. 그 코너를 하면서 개그우먼 이수지를 대중에 알렸다. 앞으로도 개그를 통해서 다양한 분들이 웃었으면 좋겠다.”

-아들은 엄마의 끼를 좀 물려 받았나.

“진짜 신기한 게 아들은 자기가 뭘 행동해서 어른들이 웃으면 그걸 똑같이 반복한다. 웃기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서 '이 친구다' 싶었다. 후배로 양성할 생각이다. 아들이 개그맨 한다고 하면 무조건 지지할 거다. 안 웃기면 안 웃기다고 말할 거지만, 잘하면 열심히 응원해줄 거다. 바빠지면서 아들에게는 미안함이 좀 크다. 어린이집 다녀오고 나서 엄마와 놀 수 있는 시간이 좀 줄어서 미안하다. 남편이 아들을 케어해주고 있어서 고맙다.”

-요즘 자극을 주는 후배들은 누구인가.

“'SNL코리아'에 신입 크루들이 들어오는데 그들을 보면 '난 20대 때 저렇게 못 했는데' 생각한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캐릭터를 함께 하는 김규원이 남자 출연자 중 막내인데 애드리브도 참 잘하고, 연기도 정말 좋다. 그런 신입 크루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에너지를 받는다.”

개그우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개그우먼 이수지. 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풍자와 조롱은 한 끗 차이라고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항상 풍자하려는 의도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공감이 있다면 계속 만들 거다. 풍자와 조롱의 선이 어렵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게 내 일이다. 불편한 부분을 점점 없애면서 다듬어진 개그를 보여주는 것도 내 몫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창작 활동을 막아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밸런스를 맞추는 게 나의 과제라 생각한다.”

-지니TV '신병3'에 출연하는 등 연기 활동도 계속하고 있는데.

“드라마 오디션 기회가 있거나 섭외가 있으면 도전해볼 생각이 있다. 나중에는 공부를 하고 훈련을 해서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다. 제가 또 김해숙 배우를 좀 닮지 않았나. 나중에는 엄마 연기로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신병4'에서는 남민우와 멜로가 있을 거 같은데 아직 감독님이 '계속 사랑해야지'하는 말만 해줘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러브라인의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신병3' 종영 후 길거리 다니면 '신병 잘봤어요' 하는 말을 듣곤 했다. 코미디언이 아닌 배우로서 칭찬을 들은 것 같아서 계속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tvN '눈물의 여왕' 때도 그렇고, 주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게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지더라. 그래서 개그와 연기를 병행하면 좋겠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은 원동력은 무엇인가.

“코미디를 보여줄 때 가장 행복하다. 일하면서 제가 에너지를 얻고 즐거운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거 말고 재주가 없기도 하다. 다른 직업을 할 만큼 가지고 있는 능력도 없다. 그래서 다행히 계속 하게 됐다. 다만, 실패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엄마가 만류해도 안 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될 거야'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런 긍정적인 면과 쉼 없이 도전하는 점이 날 달리게 했다.”

-남을 웃기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SNS로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받았을 때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데 덕분에 웃어봐요' '직장에서 힘든데 웃었어요' 이런 메시지를 볼 때 눈물이 난다. 내 직업이지만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있구나, 용기나 희망을 줄 수 있구나 느낄 때마다 감사하고 보람차다. 그렇게 계속 끊임없이 도전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hll.kr

사진=씨피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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