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번 말해"…뉴욕 한복판서 외국인 납치·고문

미국의 한 30대 가상화폐 투자자가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 2주 넘게 외국인 남성을 가두고 비트코인 전자지갑의 비밀번호를 내놓으라며 고문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연합뉴스는 AP 통신을 인용해 뉴욕에서 가상화폐로 인한 납치 범죄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 30대 가상화폐 투자자가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에 2주 넘게 외국인 남성을 가두고 비트코인 전자지갑의 비밀번호를 내놓으라며 고문한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날 뉴욕 맨해튼지검의 발표에 따르면, 납치, 폭행, 불법 감금, 총기 불법 소지 등 혐의로 가상화폐 투자자 존 월츠(37)를 체포해 구금 중이라 발표했다. 월츠는 지난 6일 이탈리아 국적의 A씨(28)를 납치해 맨해튼의 한 호화 아파트에 가둔 채 비트코인 지갑의 비밀번호를 넘기라고 요구하면서 폭행과 고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월츠는 현재 수사당국이 추적 중인 공범 일당과 함께 피해자 A씨를 묶은 채 약물을 투여하고, 총기로 머리를 가격하거나 심지어 전기충격 고문을 가하며 A씨가 가진 비트코인 전자지갑의 비밀번호를 말하라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츠 일당은 가족에게도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A씨를 계단 난간에 매달은 채 살해 위협을 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목숨이 위태하다고 느낀 A씨는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다"면서 다른 방에 있는 자신의 노트북에 비밀번호가 저장돼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월츠가 방심하고 노트북을 가져오기 위해 등을 돌린 사이 아파트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아파트 밖으로 나간 그는 인근 거리에 있던 교통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해 살아날 수 있었다.

A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검찰은 그가 주장한 피해 진술이 다친 신체 상태와 부합한다고 전했다. 뉴욕시 수사당국은 A씨가 감금됐던 아파트를 압수 수색한 결과 마약과 톱, 철조망, 방탄복, 야간투시경, 탄약 등을 확보했다. 현장에선 A씨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폴라로이드 사진도 발견됐다. 월츠 일당과 A씨가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한편, 최근 들어 암호화폐 거물들을 노린 납치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3일엔 프랑스에서 복면을 쓴 괴한 4명이 암호화폐 거래소 페이미엄(Paymium) CEO의 딸을 납치하려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미수에 그쳤다. 또 지난 1일에는 한 암호화폐 기업가의 아버지가 파리 14구에서 납치돼 손가락이 절단되는 피해를 보았으며, 지난 1월에는 암호화폐 회사 레저(Ledger)의 공동 창립자 다비드 발랑이 아내와 함께 자택에서 납치돼 1000만유로(약 157억원)의 몸값을 요구받다가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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