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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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 “전쟁 같은 정치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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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다당제 등 제도적 장치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기자간담회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과녁으로 삼는 정치 보복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를 제거하려는 전쟁 같은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도 했다. 내란 세력은 단호하게 벌하겠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후보의 정치 보복 단절 표명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 대통령제의 비극은 정치 보복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9년 집권당을 동원해 제 1야당의 김영삼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했다. 앞서 1973년에는 ‘김대중 납치 사건’이 벌어졌다. 민주화 이후 독재정권 때 자행되던 정치 테러는 사라졌지만, 정치 보복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물러난 대통령을 향해 검찰의 수사가 집중되면서 전직 대통령과 측근들이 구속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거나 감옥에 가는 처지가 되지 않은 사람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다. 권력을 잃고 나면 ‘탈탈’ 털리는 게 일종의 패턴이 되다시피 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투옥도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따른 것이었다. 최근에도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로 문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법 처리된 전직 대통령들은 사과나 반성 대신 억울함만 호소한다. 정치 보복이 극심한 진영 대결을 낳고, 타협 없는 정치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후보가 이런 흑역사와 단절할 각오라면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일부 상승세를 보이는 데 비해 이 후보 지지율은 주춤하고 있다. ‘보복 단절’ 발언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구두선(口頭禪)이어선 안 된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초기였던 2017년 당시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데 대해 야당이 반발하자 “적폐와 불의 청산이 정치 보복이라면 그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말했었다. 결국 말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정치 보복을 근절할 방안 마련에 나서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현행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한 표라도 많이 받은 후보자가 당선된다. 이런 ‘승자독식’ 위에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는 결국 과도한 집권 경쟁과 정치 보복 악순환을 부르는 만큼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 연합 정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방향의 선거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소수 정당은 생존 자체가 어려운 만큼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을 개선하자는 의견도 있다. 누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든 개헌과 선거제 개선 등에 나서 고질적인 한국 정치의 병폐를 없애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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