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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72] 달에 간 손

조선일보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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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달에 간 손

달이 베란다 가까이 와서 창 안쪽을 기웃거렸다

할매가 하늘에 떠 있느라고 애쓴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매일 지구를 도느라고 애쓴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한테 달까지 뻗을 손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장철문(1966~)

달이 밤하늘에 떠서 환한 달빛이 내려온다. 그 빛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달빛은 달맞이꽃에게, 골목과 빈 마당에, 나무와 신록의 숲에, 상점과 아파트에 내린다. 달빛은 ‘나’의 집 베란다에도 이르렀다. 창문을 통과한 은은한 달빛은 ‘나’의 방 안쪽까지 들어왔을 것이다. 평소에도 말이 없이 방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와 책상과 이불과 ‘나’의 얼굴과 꿈을 포근하게 살며시 덮었을 것이다. 오늘은 달을 보며 할머니가 달을 쓰다듬으신다. 바닥에 눕거나 앉지를 않고 저처럼 서서, 공중에 외롭게 떠서 사느라고 고생도 이만저만한 고생이 아니라고 손으로 달을 쓰다듬으신다. ‘나’는 달이 마치 회전목마처럼 지구를 뱅뱅 도느라고 수고가 많다고 손으로 달을 쓰다듬는다. 그러면서 저 멀리, 아득하게 떨어져 있는 달에게 내밀 수 있는 긴 손이 있다는 것에 놀라워한다.

이 시의 ‘나’는 아이로 읽힌다. 아이의 신기해하는 호기심과 착한 천성이 잘 느껴진다. “달까지 뻗을 손”은 아이와 어른을 가릴 것 없이 사람이 지닌 내면의 선(善)한 길이와 광휘(光輝)로 이해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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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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