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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금이야말로 외양간을 고쳐야 할 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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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해킹 사태로 이용자들에게 엄청난 위기가 발생했다. 통신사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용자들의 불안과 항의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시장 1위 대기업이 사전 대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원성이 높아졌다. 누군가는 SK텔레콤을 조롱하는 밈을 만들어 올렸고, 또 누군가는 이용자가 대처할 실질적 방법을 블로그에 썼다. 자신이 유심을 바꾸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과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인적 호소가 모여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단체들도 등장했다.

SK텔레콤이 이번 사태에 대처했던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SK텔레콤은 사태 이후 신규 고객 가입을 제한하고 기존 사용자들의 유심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곧바로 요금 감면을 포함한 보상안을 발표했고, 비상 대응 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약속했다.

관련 뉴스를 보던 중 “소 잃고 외양간 고쳐서 어디다 쓰냐”는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말은 어딘가 의아했다. 그렇다면,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면 어떻게 되는 거지?

SK텔레콤 사태 이후 통신 3사의 재난 대응 매뉴얼이 강화됐다. 정부도 통신사의 정보 보안에 대한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을 약속했다. 이동통신 이용자들은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을 인지하며 보안 강화 방법과 사고 대처 방안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평소 관심 없던 사람들도 한 번쯤은 자신의 정보가 잘 보호되고 있는지 체크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 남이 잃은 소를 보며 자신의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일을 당하고 나서 뒤늦게 손을 쓴다’는 부정적인 함의를 갖는다. 하지만 실패 이후의 복구나 변화가 무의미하다고 단정할 수 있나? 소를 잃었으면 당연히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외양간에 소가 한 마리뿐이지는 않겠지. ‘소’는 잃었지만 ‘소들’을 모두 잃은 것은 아니니 나머지 ‘소들’을 지키려면 외양간을 탄탄히 고쳐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매일 크고 작은 ‘소’들을 잃고 있다. 학교폭력, 환경오염, 개인정보 유출 같은 사회 문제뿐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취업에 실패한 이유를 찾지 않은 채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사람들, 이별의 원인은 찾지 않고 똑같은 이유로 이별을 반복하는 사람들, 지갑을 자주 잃어버리면서도 여전히 지갑을 아무 곳에나 두는 사람들. 그들은 ‘소를 잃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미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수와 실패 이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자신의 실수를 정확히 인지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다. SK텔레콤 사태 이후 국가, 통신 3사와 시민들이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점검해보는 과정을 거치며 더욱 견고한 외양간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그리고 철저하게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외양간을 고치고 있는 타인에게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금은 기다려주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주면 좋겠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외양간이 여전히 허술한 채로 또 다른 ‘소’들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서 더 좋은 외양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김미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김미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김미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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