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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노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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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좋아한다. 음악 빼면 축구가 제일이다. 지난주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손흥민이 아시아인 최초로 주장으로서 유럽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17년 무관의 세월을 마침내 끝냈다(사진).

토트넘 경기를 볼 때마다 미국 뉴올리언스가 떠오른다.

5년 전 뉴올리언스 여행 때 거리에서 내내 들렸던 노래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때문이다. 뉴올리언스 주가(州歌)인 이 곡은 작자 미상의 흑인 가스펠이다. 노랫말은 어렵지 않다. “성자들이 행진할 때 나도 껴서 천국 가고 싶다”는 내용이 거의 전부다.

하나 더 있다. 이 곡은 토트넘 홋스퍼의 응원가로 경기장에서 거대하게 울려 퍼진다. 스피커를 뚫고 들릴 정도다. 합창하기는 쉽다. ‘세인츠(Saints)’를 ‘스퍼스(Spurs)’로 바꾸면 응원 준비 끝이다. 손흥민을 위한 응원가도 따로 있다. 아일랜드 밴드 크랜베리스의 1994년 곡 ‘좀비(Zombie)’다. 기실 곡 배경은 비극적이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폭탄 테러로 숨진 아이 2명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응원가로 만드는 방법은 마찬가지로 단순하다. ‘좀비(Zombie)’ 자리에 ‘소니(Sonny)’를 넣으면 된다.

우리는 착각하고 산다. 영미권에서는 가사와 상황에 다 맞게 음악을 소비할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비단 ‘좀비(Zombie)’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국 펑크록 밴드 클래시의 ‘런던 콜링’은 마거릿 대처 정권의 폭력적인 공권력을 비판하기 위해 써졌지만 축구장과 클럽에서 흥을 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오늘도 어디선가 흘러나온다. 음악의 운명이라는 게 이렇다. 창작자 손을 떠나는 순간 애초 의도와는 무관하게 펼쳐질 수 있다. 그중 어떤 음악은 내재된 슬픔과 고통을 멀리 떨쳐내고, 새로운 영역을 향해 나아가기도 한다.


배순탁 음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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