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5일 오후 충남 아산시 탕정역 한들물빛공원 유세에 앞서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는 선거는 열심히만 뛰면 되니 쉽다.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할 땐, 지지율이 뚝뚝 떨어질 수 있어 오히려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자타공인 친이재명계인 한 재선 의원은 25일 한겨레에 이렇게 말했다. 대선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한자릿수로 좁혀지자 긴장감을 드러낸 것이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뇌부는 보수 결집 등을 지지율 추격의 이유로 들고 있으나, 물밑에선 이 후보의 가벼운 언사와 당내 인사들의 실책 등이 결합된 ‘복합 위기’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날 이 후보의 ‘거북섬 발언’ 논란을 두고 집중 공세를 폈다. 이 후보는 전날 경기도 시흥시 유세에서 “경기지사를 할 때 시흥 거북섬에 웨이브파크(인공서핑장)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성훈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문제는 실패한 결과에 대해 반성은커녕 자랑으로 포장하는 이 후보의 뻔뻔함”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거북섬에 관광 유인이 없는 상황을 타파하려고 웨이브파크를 유치했다는 걸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웨이브파크 역시 찾는 이가 없어 상인들이 고충을 겪는 점을 고려하면 “신중하지 못한 처신”(선대위 관계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유세에서 길게는 한시간 가까이 연설을 이어가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들을 적극 반박하고 있다. 그런데 잊힌 논란을 재소환해 역풍을 자초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보수 진영으로부터 ‘친중 외교’라는 공격을 받은 자신의 과거 ‘셰셰’(감사합니다) 발언을 두고 “제가 틀린 말을 했느냐”고 말해 다시 논쟁에 불을 지피거나, 2017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호텔경제학’을 거듭 주제로 올리는 식이다.
친명계의 또 다른 의원은 “지지율이 오르니 자신감이 붙어 그동안 꾹 참았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 같다. 다만 말이 길어지면 꼬투리 잡힐 일도 많을 수밖에 없는데 김 후보에 견줘 이 후보의 유세 발언량이 갑절가량 많다”고 걱정했다. 이런 탓에 선대위에선 거듭 이 후보에게 유세 분량 줄이기를 조언하고 있다고 한다.
당내 인사들의 실축도 한몫 거들고 있다. 비법조인 출신을 포함한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 강경 개혁 노선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 인사인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영입 무산 논란 등 ‘묻지마 영입’은 지지층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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