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투데이 자본시장 세미나'에서는 자산운용업계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금융당국의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해외로의 자금 유출 방지 차원에서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국내 운용을 허용하고, 국내와 해외투자 간 과세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장 괴리율 축소를 위해 금 현물 등 특별 자산군에 대해서도 대차거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금계좌의 활성화를 위해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진 외국납부세액(외납세) 이슈도 해결하고, 장기 투자문화 구축의 일환으로 은퇴 시점까지 인출을 제한하는 선진국의 강제화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함께 금융 투자자와 일반 금융 소비자를 구분하는 인식 전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다만 제도개선에 앞서 운용사가 자정 노력을 통해 질적 성장을 꾀하고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특정 ETF에 대한 쏠림 현상을 경계하고, 전문성을 살린 경쟁력 있는 상품을 통해 투자자 니즈는 물론 수익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격적인 경쟁 구도를 지양하고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는 투자수단과 방식 등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건전하고 성숙한 투자문화 구축을 위해 업계가 앞장서야 한다는 점에도 함께 공감했다.
이날 김기덕 신한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현재 미국 시장의 다양한 특수형 ETF와 국내 상장 ETF 간의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의 니즈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위험성 등을 이유로 판매가 허용되지 않다 보니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 예로 해외에서는 판매되지만 국내에서는 운용하지 못하는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해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상태에서 허용해 주면 운용업계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역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돈이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설명하며 "3배 레버리지 ETF 등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상품을 국내에서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면 자본 유출이 줄어들어 자본시장 성장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로의 자금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과세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내에서의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는 만큼 세제 부담이 상당해 거액의 자금이 해외 상장 상품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초고액자산가들은 위탁계좌를 활용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하기도 한다"며 "국내 상장 상품으로 투자하면 세제 부분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만큼 결국 분리과세가 되는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현물 기반 ETF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 관련한 규정 마련도 촉구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현재 국내 자본시장법에는 금 현물 등 특별 자산군에 대한 대차거래 규정은 없는 만큼 추가적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시장 괴리율이 생겨 일명 '금(金)치 프리미엄'이 발생하기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 현물의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장내 시장 매매 시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데, 이를 장외까지 넓힐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 본부장은 최근 ETF 개인 순매수의 60%가량이 연금계좌에서 유입되고 있다는 점 등을 예로 들며, "연금계좌가 ETF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 초 개편된 외납세 공제 방식에 따라 연금계좌를 활용한 과세이연 효과가 사라진 점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아울러 40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자산이 자본시장에 더욱 활발하게 유입되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 문화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를 위해 퇴직연금을 은퇴 시점까지 인출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손수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연금마케팅부문 대표는 "국내 퇴직연금은 은퇴 시점까지 자금을 인출하지 못하게 하는 선진국의 강제화 장치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투자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것"이라며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의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숙한 투자문화 구축을 위해 '금융 소비자'의 포함 대상이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부문장은 "금융 약자에 대한 선별적인 보호는 필요하지만 투자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고 초과 수익을 위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자를 '소비자'라는 개념으로 명명하고 보편적 보호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자본시장과 투자자의 성숙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인식의 전환을 통해 '금융 투자자'와 '금융 소비자'를 구분하는 것부터가 규제 개혁과 입법 개혁의 시작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의 좌장을 맡은 최승재 세종대학교 교수는 "자본시장 참여자의 수준이 성숙해졌지만 규제는 여전히 초등학생을 다루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시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무조건 규제하기보다는 원인을 정교하게 분석한 뒤 해결점을 찾아야만 지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자산운용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운용사가 자정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함께했다.
권 실장은 "테마형 등 특정 ETF로의 쏠림 현상은 이슈가 소멸될 경우 저조한 수익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신뢰 하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유행에 편승한 상품보다는 전문성을 담은 상품 개발에 보다 힘써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최 부문장은 "오죽하면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돌겠냐"며 "해외로 향하고 있는 투자자금을 국내에 머물게 하려면 우리 자산운용사들이 보다 경쟁력 있는 ETF를 개발하고 투자자와의 소통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손 부문대표 역시 "각 사만의 차별화된 운용전략과 투자 철학을 담고 전문성과 특징을 살린 다양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투자자들이 만족하는 자연스러운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을까 싶다"며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는 적합한 투자수단과 방식 등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보완 장치 마련을 고민하는 점 역시 투자문화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도형 컨설팅본부장도 "운용업계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서 업체 간 과도한 경쟁보다는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한 자정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며 "성숙하고 건전한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양질의 교육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