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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공에서 바이오그룹 회장까지…팜젠사이언스 회장의 ‘사람 경영’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정혜승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jhs_0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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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시작해 글로벌 바이오그룹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다. 한때는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고 폐결핵이라는 큰 병마와 싸워야 했던 청년.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온갖 역경을 딛고 이제는 연 매출 2000억원에 달하는 바이오그룹 회장이 된 인물.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 팜젠사이언스그룹을 이끄는 한의상 회장 얘기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그룹 산하 엑세스바이오의 진단키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미국 국방부와 보건복지부에 공급되며 K바이오의 위상을 높였다. 이러한 쾌거 뒤에는 그룹을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자산 3635억원의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한의상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단국대학교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주저 없이 ‘사람과 사람의 융합’을 꼽는다.

‘사람’에서 길을 찾다…4부작으로 완성된 ‘사람 경영’ 철학

한의상 회장은 지난 수년간 ‘사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펼쳐왔다. 그의 ‘사람 경영’은 최근 출간된 신간 ‘사람을 융합하라’를 통해 4부작으로 완성됐다. ‘사람만 남았다’, ‘사람이 무기다’, ‘사람은 신이다’에 이은 마지막 편인 이번 책은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힘’에 주목한다.

그가 말하는 ‘융합’은 거창한 기술 용어가 아니다. 아침 밥상을 차려주는 아내에게 감사를 표하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세대가 다른 동료를 이해하려는 열린 태도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 배려와 선함이 융합의 시작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더하고 곱하며 시너지를 낼 때 공동체는 비로소 ‘융합’이라는 이름의 진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무언가에 다른 무언가를 더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한 회장이 추구하는 융합의 본질이다.

한의상 회장 (팜젠사이언스 제공)

한의상 회장 (팜젠사이언스 제공)


고난을 딛고 깨달은 ‘사람’의 가치

한의상 회장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20대에는 폐결핵이라는 큰 병을 앓으며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다. 하지만 그는 절망 속에서도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생각했다. 용접공으로 시작해 유통사 영업사원, 영업총괄 대표를 거쳐 투자조합 최대주주, 그리고 상장사 회장에 오르기까지, 그의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수많은 위기와 고난의 순간들을 넘어서며 그는 “예나 지금이나 해결책은 사람”이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때로는 사람 때문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결국 사람 때문에 다시 일어서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한의상 회장이 걸어온 길은 곧 ‘사람 경영’의 궤적 그 자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Q. 신간 ‘사람을 융합하라’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궁금하다.

A. 우리는 분열하고, 분쟁하고, 다툼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선거, 국제에서는 전쟁으로 나타난다. 분열은 거창한 일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학교·회사 등 공동체에서는 세대별로 나뉘어 갈등한다. 남녀는 서로를 비난하고 다툰다. 서로를 헐뜯고 못마땅해하는 모습이 우리 일상이다. 그러나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유는 ‘같이’의 ‘가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함께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 인간이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전작 ‘사람만 남았다’에서는 ‘내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강력한 힘이 되는지를 다뤘다. ‘사람은 신이다’를 통해서는 ‘내 사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믿음과 신뢰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번 신간에서는 ‘내 사람’과 어떻게 융합할지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Q. 가난한 용접공에서 글로벌 기업 오너가 되기까지 굴곡이 있었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융합’의 힘을 느낀 구체적 계기가 있는가.

A. 20대 때 한 조선소의 용접공으로 일했다. 당시 우리 조선 기술은 지금과 달리 형편없었다. 그런데도 기술자들이 각자 영역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을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서로 알고 있는 지식을 공유, 협력했다. 결국 조선소에서 미군이 요구했던 성능보다 우수한 전투함을 만들어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허허벌판 같은 조선소에서 비협조적이던 미군을 눈앞에 둔 채 작업자끼리 고군분투했다. 철판을 이리저리 구부리고 용접해서 배를 만들었던 경험이 내가 ‘융합’의 가치를 깨닫게 한 계기였다.


Q. 진정한 융합의 비결로 ‘배려’를 꼽았다. 이유가 무엇인가.

A. 배려는 일종의 ‘통역기’다. 인간은 같은 상황을 겪어도 다르게 생각한다. 다름이 오해가 되고, 오해가 쌓이다 보면 다툼이 발생한다. 그 다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통역기가 배려다. 배려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행위다. 경청, 맞장구, 도움 등. 배려하려면 상대방 처지를 이해해야 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배려하다 보면 분위기가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기에 거래와 협상에 자주 나서야 한다. 이때 내가 원하는 것, 내게 이득이 되는 것만 고집하면 협상이 겉돈다.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상태가 된다.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게 ‘배려’다. 배려는 서로가 원하는 적절한 타협점을 만들게 한다.

Q. 독자들이 ‘융합’의 개념을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A. 가족이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존재다. 우리는 흔히 가족과 태생적으로 잘 융합된 사이라고 믿지만, 이는 착각이다. 남보다도 못한 사이로 전락한 가족도 흔하다. 이들은 가족 간 융합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해서 분열한 것이다. 일상에서 융합의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눈앞의 가족에게 한 걸음 다가가라고 말하고 싶다. 가족에게 고마운 점, 잘한 일, 멋진 모습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나는 아침 밥상을 차리는 아내에게 늘 “오늘 아침에도 멋진 아침 식사를 준비해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감사 인사가 가족과의 융합의 시작점이다.


Q. ‘사람을 융합하라’는 생각·기술·사람·미래로 구성돼 있다. 네 가지 영역 중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당연히 사람이다. 생각·기술·미래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이것 역시 ‘사람’이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진화하며 ‘사람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예컨대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간을 넘어선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식이다. 나는 AI 기술도, 물론 이전의 기술적 진보와는 결이 다른 큰 폭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 틀림없지만,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거나 ‘인간 무용론’을 입증해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변혁을 만들고 주도하는 존재는 결과적으로 인간이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다른 인간과 어떻게 융합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학습해야 한다.


Q. ‘지식에 묶이지 말고, 지식과 융합하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A. 매사에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고정관념에 갇혀 뻔한 생각만 해서는 새로운 변화와 융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상은 우리가 상상했던 범주 밖에서 엄청나게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 토요타 자동차 기술력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 오노 다이이치 기술 명장은 ‘제대로 된 질문 다섯 번만 하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대신 의문을 품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식과 융합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올바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Q.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SCUD(Speed, Connect, Usefulness, Direction)’을 제시했다. ‘SCUD’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개인과 기업의 방향 설정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A. 중요한 결정은 ‘SCUD’ 프레임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수익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비전과 철학도 중요하다. 물론 투자금, 비용, 먹여 살릴 직원을 깡그리 무시하고 사업 비전이나 경영 철학만을 들먹일 수는 없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숫자를 쫓느라 급하게 기업을 경영하면 안 된다. 그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힘들 것이다.

엑세스바이오 투자를 결정할 때도 ‘SCUD’를 고려했다. 물론 돈만 따졌다면 이렇게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엑세스바이오가 보유한 기술력과 사업적 잠재력,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의 유용함, 이후 다른 연계 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 그 결과 ‘기꺼이 안을 만한 리스크’라고 판단했다. 덕분에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현재까지의 수익과 시장에서 인정하는 성장 기대 등이 이 선택의 결과를 입증했다.

Q. ‘끊임없이 사람을 연결하고 도우려 했던 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산업의 바통을 받고자 한다. 1970년대엔 단순 제조업,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이다. 다음은 혁신 신약과 AI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의 차례다. 이 세상은 융합의 힘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기술, 기업이 많다. 특히 한국 제약 바이오 산업에서는 탁월한 연구자와 기술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탁월한 이들이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아 획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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