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전성기만한 기량은 아니고, 지난해에는 마무리 보직도 내려놨다. 세월을 계속 이길 수는 없었다. 어쩌면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오래 이긴 편이었다. 그래도 몸만 정상적이라면 많은 경험을 토대로 1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오키나와 캠프 당시, 박진만 삼성 감독은 선발이 내려간 뒤 필승조까지 이어지는 다리를 지킬 선수로 오승환을 지목했다.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오승환은 5월 25일까지 아직 1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오프시즌 막판부터 여러 가지가 꼬였다. 모친의 병환 때문에 캠프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한국에 먼저 들어갔고, 모친상이 이어지면서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 마음을 다잡고 4월 중에는 1군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 번 풀린 몸을 다시 만드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양상이다.
5월 중순 이후 다시 퓨처스리그(2군) 실전 경기에 나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에 삼성도 오승환의 1군 콜업 시점을 저울질했다. 현재 불펜에 부상자들이 많아 새로운 전력 보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빠르면 23일부터 25일까지 대구에서 진행되는 KIA와 주말 3연전 콜업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콜업 시점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5월 14일 2군 실전 무대에 돌아온 이후 21일 롯데 2군과 경기까지 오승환의 3경기 평균 구속은 지난해보다 거의 시속 3㎞가 빠져 있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 집계에 따르면, 3경기에서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9㎞다. 이는 4월 등판 당시 구속보다는 소폭 나아진 것이나, 지난해 오승환의 포심 평균 구속(트랙맨 기준 145.4㎞)보다는 2.5㎞ 정도가 떨어진다. 패스트볼 회전 수 또한 지난해보다 줄었다.
물론 구속이야 1군에 올라오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1군은 더 집중해서 던질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선수들이 1군에 오면 2군에서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다. 다만 2.5㎞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리그 전체적으로 공이 빨라졌다. 타자들도 여기에 대응하고 있다. 오승환이 작년 구속을 유지하고 있다 해도 상대적으로 느려 보일 수 있는데, 지난해보다 2㎞ 이상이 더 떨어진다면 이는 곤란한 일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전설의 시간이 아쉽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세이브(427세이브)를 기록한 선수이자, 한·미·일 무대를 모두 경험한 오승환은 리그 역사에 남을 불세출의 클로저다. 42세의 나이인 지난해에도 27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다만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한 2년 총액 22억 원의 계약은 올해로 끝난다. 내년부터는 단년 계약으로 현역을 이어 가야 한다. 그래서 올해 성적이 중요했는데, 시즌의 30% 이상이 벌써 끝났다. 언제쯤 돌아올지, 또 돌아와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내년에도 볼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계속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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