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 올 1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보급형 모델보다 플래그십 모델 판매에 집중했단 뜻이다. 출하량보다 매출을 우선시한단 건데, 이유가 뭘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매출 1위를 자랑하는 애플의 전략에 답이 있다. 스마트폰 ASP의 경제학 1편 삼성전자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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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가 전년 대비 11% 올랐다.[사진 | 연합뉴스] |
삼성전자의 효자제품은 무엇일까. 반도체일까, 스마트폰일까. 삼성전자가 공시한 올 1분기 보고서를 보자. 삼성전자 전체 매출 79조1405억원 중 45.7%(36조1876억원)를 스마트폰 부문이 책임졌다. 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24.1%(19조690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스마트폰이 삼성전자를 견인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스마트폰 매출 비중이 지난해 1분기(45.5%·32조7914억원)보다 0.2%포인트 커졌다는 거다. 그 이유는 평균판매단가(ASP)의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 1분기 스마트폰 ASP가 11.0% 상승했다.
신규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5 시리즈 등 고단가 제품 중심으로 판매 비중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고단가 제품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택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관심이 쏠릴 정도로 삼성전자의 ASP 상승이 갖는 의미는 크다. 경쟁사 애플과 '한판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일까. 먼저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부터 살펴보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점유율은 20.0%로 19.0%를 차지한 애플을 앞섰다. 하지만 출하량 대신 매출을 기준으로 잡으면 결과가 달라진다. 지난해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 매출의 46.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30%포인트나 모자란 15.0%로 뒤를 이었다.
이렇게 격차가 벌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가격이다. 지난해 애플의 ASP는 903달러(약 125만원)로 삼성전자의 ASP(299달러·약 42만원)보다 3배나 높았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추정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3대를 팔아야 애플이 아이폰 1대를 판매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다. 이는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을 판매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보급형 모델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스마트폰 판매량 톱10'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개의 모델을 순위에 올렸다(4~6위·8위·10위). 10위인 갤럭시S24를 제외하면 모조리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시리즈였다. 반면, 1위부터 3위까지 휩쓴 애플의 모델은 모두 고가 플래그십 제품이었다(순서대로 아이폰15·아이폰15 프로 맥스·아이폰15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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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출하량 삼성' '매출 애플'이란 구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애플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몰라보게 상승하면서다. 전통적으로 삼성전자는 상반기, 애플은 하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한다.
그래서 1분기는 삼성전자의 주무대였는데, 올 1분기엔 두 업체 점유율이 사실상 맞붙었다.[※참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 격차는 2024년 1분기 3.0%포인트(삼성전자 20.0%·애플 17.0%)에서 올 1분기 1.0%포인트(삼성전자 20.0%·애플 19.0%)로 좁혀졌다.]
이런 추세라면 두 업체의 매출 기준 점유율이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출하량 점유율이 줄어든다면 ASP가 작은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은 더욱 크게 빠질 게 뻔해서다. 그러면 애플과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 역시 자연스럽게 더 벌어진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ASP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ASP 상승을 통한 매출 성장은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며 "애플, 화웨이 등이 프리미엄 라인업을 늘리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ASP 상승세는 눈여겨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저가형 모델로 출하량을 높이는 대신 프리미엄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는 방증이어서다. 출하량 점유율이 빠진 만큼 매출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일례로, 23일 출시한 갤럭시 신규 모델 '갤럭시S25 엣지'는 프리미엄 전략의 일환이다. 갤럭시S25 엣지는 삼성전자가 최초로 출시하는 초슬림폰 라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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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출하량 성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하며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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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강화 전략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25는 1분기 1350만대에 가까운 출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가 안드로이드 기기의 판매 비중을 늘린 게 삼성전자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셩 윈 차우 수석 분석가는 "판매단가가 높은 모델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성장하며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를 봤다"며 "삼성전자가 기존 저가형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과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은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애플은 또 어떤 대응책을 꺼내들까.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