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경찰관 4명 중 1명은 현장에서 범인 피습으로 부상을 당하고 있다. 최근에도 경기 파주시에서 가정 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3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인원 부족 문제와 공권력 축소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
경기 파주시 가정폭력 현장에서 피의자가 흉기를 휘둘러 경찰관 3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 내부에서는 소극적인 공권력 행사와 현장 대응 인력 부족 등 경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전날 발생한 파주시 가정폭력 신고 현장 경찰관 부상 사건에 "단순한 사고가 아닌 누적돼 온 구조적 실패가 만든 예고된 참사"라고 23일 밝혔다. 경찰직협은 지구대, 파출소 등 일선 경찰의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면서 부상 당한 경찰들에 대한 감찰을 진행할 경우 사건 현장에서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파주경찰서 운정호수지구대 소속 경찰 3명은 전날 밤 "살려 달라"는 여성 A씨(44)의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파주시 와동동의 한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와 남편 B씨(45)를 분리한 후 진술을 들었고, 이 과정에서 B씨가 휘두르는 칼에 찔려 상처를 입었다. 한 경찰은 후두부 자상을 입어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상 경찰 중 범인피습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22년 22.5%, 2023년 27.1%, 2024년 30.4%로 지난해 30%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 공상 경찰 중 범인피습 비중은 26.4%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범인피습에 따른 공상 경찰관 현황./시각물=김지영 디자인 기자. |
특히 가정폭력 사건의 경우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감정싸움이 경찰 개입에 따른 분노로 물리적 폭력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경찰로 옮겨오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함께 사는 거주지로 출동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공권력 사용도 제한적이다. 테이저건 등 공권력 사용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점도 출동 경찰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공권력 현실"이라며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사용했을 때 민사·형사적 평가에 부딪힌다. 면책 특권이 있긴 하지만 그 자체가 개별 경찰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조직 개편에 따른 대응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2023년 이상 동기 범죄가 늘어나면서 순찰 활동 강화를 위해 기동순찰대를 편성했다. 때문에 일선서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지구대, 파출소 근무 인원이 줄고, 현장 경험이 많은 경찰도 상당수 기동순찰대로 이동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 경감은 "연가와 병가 등으로 인원이 빠졌을 때 충당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며 "경험이 많은 경찰들이 기동순찰대로 빠져나가면서 전반적인 상황을 읽을 수 있는 경찰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익환 서울경찰청 직협위원장은 "경찰 업무에 대한 난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공권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인권 문제와 직결되다 보니 혹여나 과잉 진압으로 경찰이 책임을 물게 되지 않을까 주저하다 이런 경우(파주 사건)가 발생한다"고 했다.
경기북부청은 "현재까지 감찰 조사는 없었고, 향후 감찰 계획은 없다"며 "사건 경위에 대한 확인과 수사는 엄중히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