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봉하마을 간 김용태…대선 앞 ‘중도 표심’ 공략 행보

왼쪽부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이 23일 엄수된 가운데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했다.

해마다 주요 인사들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두루 참석해 온 추도식이라고는 하나,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로 미뤄볼 때 ‘중도 표심’ 공략을 염두에 둔 행보란 분석이 정치권에서 따라붙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개최된 추도식에는 김 위원장 외에도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등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선주자 중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두 사람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이날 오후 8시부터 열리는 대선후보 토론회를 준비하고자 오후에 열리는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바위처럼 단단한 기득권에 맞서 싸우고, 늘 노동자와 약자의 편에 섰던 분”이라고 추모 메시지를 냈다. 추도식에는 불참했는데 그 대신 김 위원장이 봉하마을을 방문,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했다.

김 위원장은 또 SNS를 통해서도 “노 전 대통령은 비록 진영은 달랐지만, 진영을 넘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추구한 분이었다”며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말씀하셨던 그 마음 잊지 않겠다. 김 후보와 함께 국민통합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추모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날 김 위원장의 행사 참석과 추모 메시지에 유독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 까닭은 그가 6·3 대선을 목전에 두고 당 차원에서 중도 표심을 공략할 만한 발언과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한 공개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지난 21일에는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다. 저희 당과 이제 관계없는 분”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쓴소리하기도 했다.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김 여사의 과거 행위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깊이 반성하며 근본적으로 변화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계 일각에서는 ‘꼿꼿문수’라는 별명처럼 강경한 느낌의 김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단 평가를 받는 김 위원장이 중도층 소구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가 전통적 지지층을, 김 위원장이 중도층을 주로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 평소 당내 비주류·소장파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무게를 실어주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과거 당론을 거스르며 ‘김 여사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지거나,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도 참여한 바 있다.

반면 이날 행사에 주요 정당 인사가 대거 참석한 만큼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작년 추도식 때는 황우여 당시 비대위원장과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가, 2년 전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참석했다”며 “있는 그대로만 봐주시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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