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1.0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주한미군 감축설, 새 정부 우선과제 떠오른 ‘한미동맹 미래’ [뉴스 분석]

한겨레
원문보기
2022년 12월14일 경기도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 우주군 창설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2년 12월14일 경기도 평택시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 우주군 창설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11일 앞두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며 파장이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 핵심 당국자들이 그동안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용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 근본적 변화를 추진해온 것을 고려하면, 주한미군 문제가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풀어야할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국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 구상은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비공식적인 정책 검토의 일환”이라며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4500명 감축’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부터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을 계속 강조해온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휴전 이후 6만명 수준에서 차츰 규모가 줄었다. 미국은 자국의 전략적 판단과 필요에 따라 계속 주한미군을 줄여왔고, 2007년부터 현재의 2만8500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미 언론에서 언급된 감축 검토 대상 4천500명은 전체의 16% 규모다. 주한미군은 미8군을 비롯한 지상군 병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미7공군 등 공군과 해군, 해병대 전력도 포함돼 있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직전 이 보도가 나온 것은,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압박까지 고려한 미국 정부 쪽의 다목적 포석으로도 보인다. ‘주한 미군 감축 카드’를 써서 한국 새 정부에 대해 방위비 대폭 인상 압박, 중국 견제 동참 압박을 늘리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열흘 뒤 들어설 차기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무역 협상과 함께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안보 과제를 철저히 준비해 풀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전세계 군사 전략의 변화, 특히 중국 견제 강화라는 핵심 목표와 연결되어 있다. 앞서 지난 3월 미 국방부는 미국 본토 방위와 중국의 ‘대만 점령 저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북한의 재래식 전력에 대한 대응은 한국군이 전담하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용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임시 국방전략지침’을 내부에 지시한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국방전략(NDS) 수립을 지시하면서 미국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억제,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의 비용 분담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용 전환은 현재 지상군 위주의 방어군인 주한미군의 전력과 무기체계 변화와도 연동된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통합 지휘체계로 나아가면서 한-일, 한-미-일 군사 협력도 더욱 강화되게 된다. 한-미동맹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게 되고, 대만 유사시에 대응과도 맞물리게 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미국 국방부가 전략적으로 큰 변화를 이미 진행하면서, 그에 따라 한반도 주둔 미군의 전력 구조와 규모를 바꾸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한미군 감축 검토는 미국 백악관 등 당국에서 해외 주둔 미군 감축 관련 정책 검토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결과로 보이며, 4500명은 대비 태세 유지 등을 고려해 주한미군사가 검토 후 미 국방부에 건의한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전 주한미군 감축을 이슈화해 향후 한-미 간 방위비 재협상 압박 등 유리한 위치 확보하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통합하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군은 최근 군산기지에 있던 에프(F)-16 전투기를 오산기지로 이동시키고, 군산에는 장거리 작전이 가능한 에프-35를 배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에 따라 한반도에서 군의 배치를 변화시키는 움직임이 실제로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15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미국의 동맹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또는 ‘고정된 항공모함’(fixed aircraft carrier)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한국이 최전선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침공과 남중국해 분쟁 등에 투입하려는 ‘전략적 유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동맹의 변화를 의미하는 만큼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와도 관련이 있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핵을 넘어 재래식 군사력까지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한-미 연합 방위태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여론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미동맹의 연루(미-일 분쟁에 휘말림)와 방기(주한미군 감축·철수) 위험이 모두 커지고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중국견제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계속될수록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의 반발과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차기 한국 정부 외교안보팀에게 무거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연구위원은 “우리가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미-중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중국에 대해서는 대북 억지와 관련한 내용을 잘 설명하면서 북한의 도발 방지와 한반도 정세 안정과 관련해 협력할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자율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미국이 과거와 같은 ‘국제 경찰’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새 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비롯해 우리가 스스로 대북 억지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더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시그널2 조진웅
    시그널2 조진웅
  2. 2대전 충남 행정통합
    대전 충남 행정통합
  3. 3통일교 의혹 수사
    통일교 의혹 수사
  4. 4김상우 감독 자진 사퇴
    김상우 감독 자진 사퇴
  5. 5학원버스 역주행 사고
    학원버스 역주행 사고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