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밤(4쇄) l 바주 샴·두르가 바이·람 싱 우르베티 지음, 이상희 옮김, 보림(2012) |
인도 타라북스의 ‘나무들의 밤’을 다시 펼친 이유는, 기타 울프 대표가 최근 방한을 했기 때문이다. 타라북스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출판사이지만, 한국에서는 2012년 대표작인 이 책이 보림출판사에서 출간되면서 알려졌다. ‘나무들의 밤’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새까만 종이 위에 형광색으로 그려진 그림은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정교하게 작업됐는데, 인도 곤드족의 신화를 품은 듯 신비로웠다. 장인이 한장 한장 찍은 그림의 표면은 굳은 잉크가 오돌토돌 느껴졌다. 그림책의 그림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표지 그림의 색은 쇄마다 달라진다. 책마다 일련번호도 매겼다. 필자가 가진 책은 3쇄 노란색 표지로, 2000권 중 664번이다. 대량 복제품이 아니라 유일한 것이다. 4만10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다시 놀랐다. 이렇게 비싼 책이 팔릴까?
이 책은 독자에게 듬뿍 사랑받았다. 인도의 전통 천과 재생한 종이를 사용했고, 인쇄·제본까지 다 수작업으로 정성을 기울였다는 점과, 예술성 높은 판화집을 소장한다는 설득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2012년의 한국 그림책의 상황도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0년대 들어 우리 그림책은 세계의 다양한 그림책과 겨룰 만큼 성장한다. 2015년 라가치상을 한꺼번에 여섯 작품이 수상하기도 했다. 독자 역시 유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성인 대상을 적극적으로 사고하기 시작했다. 교보문고의 2016년 출판 트렌드를 보면, 2~3년 사이 성인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가 증가하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편 출판계에서는 성장을 거듭하던 우리 그림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출판사 보림의 ‘컬렉션 시리즈’ 발간이다. 그 취지를 보면, 한정된 연령층을 벗어나, 시각언어를 통해 예술적 감동을 전하는 그림책을 발굴하여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이 취지는 여전히 그림책의 화두이다. ‘나무들의 밤’은 이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부합하여 실험적으로 발간된 것이다. 이 책의 성공은 이후 성인 독자들까지 염두에 둔 그림책 출판의 도화선이 되었는데, 사계절의 ‘디어그림책 시리즈’, 비룡소의 ‘지브라 시리즈’ 등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타라북스는 왜 생산비용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작업의 형태로 굳이 책을 만들까? 제12회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의 강연에서 울프 대표는 “제대로 예술성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다민족 국가인 인도에서 예술이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될 수 있고, 이 소통의 언어를 담은 매체가 그림책인 것이다. 인도에서 ‘나무들의 밤’이 출간된 것은 2006년이다. 20여년이 흐른 뒤, 타라북스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우리 그림책에 시사점으로 삼을 만한 것이 있는지 궁금했다. “타라북스 책은 다양한 인쇄 방식과 제본 형식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를 지향하며, 아무것도 반복하지 않기 때문에 매번 도전 과제가 새롭습니다. 그만큼 위험도 예측할 수 없지만요”라는 또 다른 의미의 실험 정신이 답변으로 왔다. 우리 그림책도 용기를 내 볼 일이다.
조은숙 그림책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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