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김수영 시인의 타계 50주기였던 2018년 당시 경기 용인 자택에서 김수영 시인이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출강 시절 쓴 강의 노트를 펼쳐 보이는 김현경씨. 김씨는 “남편이 원고 준비부터 억양까지 연극 무대처럼 강의를 준비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DB |
시 ‘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등을 쓴 김수영(1921~1968) 시인의 아내 김현경(98) 여사가 22일 별세했다. 고인은 시인 남편의 비평가이자 문학적 동반자였고, 김수영의 시를 세상에 널리 알린 주역이기도 했다.
진명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에서 문학을 공부한 고인은 10대 문학 소녀 시절 김수영을 만나 연인이 된 뒤 1950년 결혼했다. 6·25전쟁통에 김수영이 인민군에 끌려가면서 서로 헤어졌다가 1954년 다시 만났다.
고인은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시 한 편이 완성되면 남편은 ‘난산(難産)이다’라며 날 불렀고, 부엌에서 연탄불에 밥 짓다 말고 달려갔다”며 “남편이 작품을 읽어주면 내가 원고지에 또박또박 옮겨 적었다”고 했다. 김수영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남긴 시 ‘풀’의 초고를 원고지에 옮겨 적은 것도 고인이었다.
2013년 남편과의 추억을 풀어낸 산문집 ‘김수영의 연인’, 시인의 타계 50주년을 앞둔 2017년 문인 13명의 산문을 모은 ‘우리는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를 펴냈다.
연희전문 영문과를 다니다 중퇴한 남편 대신 2018년 연세대에서 명예 졸업장을 받을 때는 본지에 “1966년 모교 특강을 맡고 그렇게 자랑하며 연극 무대 서듯 열심히 강의를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유족은 아들 김우, 딸 김선주씨. 분당제생병원장례식장, 발인 24일 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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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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