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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 쌓인 고단한 삶도 돌아보니 꽃밭"…신경림 시인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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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뿌리내린 시…미발표작 등 60편 공개
"시는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과 싸워야"


[앵커]

1년 전 오늘(22일), 세상을 떠난 신경림 시인의 미발표 작품들이 공개됐습니다.

"시는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과 싸워야 한다"고 했던 그가 남긴 작품들, 강나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 신경림 < 농무 > (1971)

대학생이던 1956년 등단 직후 홀연히 사라졌던 신경림은 약 10년 만에 내놓은 시로 단숨에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남루한 현실을, 쉬운 말로 담아내도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신경림/시인 (2015년) : (등단 때) 처음 느끼는 회의는 '삶하고는 관계없는 (순수) 시를 쓰는 것이 과연 감동을 주는 시를 쓸 수 있는 길일까.']

그렇게 현실에 뿌리 내린 시는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냐는 외침과 내집 주소 하나 없는 울분이 되어 작은 것들의 큰 목소리로 거듭났습니다.


[신경림/시인 (2015년) : 나 자신이 그렇게 살았으니까. 제가 갑으로 사는 일이 별로 없어가지고서.]

엄혹했던 시절은 곧장 '불온' 딱지를 붙였지만 시대의 어둠을 걷어내는 일 또한 시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신경림/시인 (2015년) : 시는 필요할 때는 무기가 돼서 군사독재나 우리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과 싸움도 해야 한다.]

평생 낮은 곳을 바라봤던 시를 닮아서인지, 시인의 일상도 담백했습니다.

[신병규/신경림 시인 차남 : 장남이신데 제사를 지내도 절 딱 두 번 하고 끝내고. 며느리한테도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투병 끝에 떠난 지 1년, 미발표 시가 모여 세상에 나왔습니다.

[신병규/신경림 시인 차남 : (임종 전) 중얼거리면서 하셨던 말씀이 '글을 써야 된다. 글을 안 쓰면 삶은 의미가 없다.']

빛나지 않아, 설치지 않아 더 아름다운 것이고 흙먼지 쌓인 고단한 삶도 돌아보니 꽃밭이더라며 남은 이들을 다독입니다.

즐거우려면 시를 읽어야 한다던 생전의 말처럼 그의 시는 작은 이들의 큰 즐거움으로 우리 곁에 늘 머물고 있습니다.

[신경림/시인 (2014년) : 시를 읽으면 세상을 즐겁게 살 수 있어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연애할 때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

[화면제공 창비·유튜브 '한국문학번역원' '성북문화재단']

[영상취재 이학진 김대호 / 영상편집 임인수 / 영상자막 홍수정]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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