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께 찍힌, 중국 양샹그룹이 운영하는 후베이성 26층짜리 ‘양돈빌딩’의 외부 모습. 웨이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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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 충남의 돼지농장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돼지 1만5천여마리가 폐사한 데 대해 ‘집약식’ 사육 방식이 재난을 키운단 지적이 나온다. 특히 피해가 컸던 경남 합천 사고는 ‘돼지 빌딩’이라 불리는 3층 규모 농장에서 일어났는데, 동물복지단체 등은 다층 건물을 활용한 사육 방식이 확산될 경우 재난 위험이 더욱 커질 것이라 경고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21일 논평을 내 “하루가 멀다 하고 참사가 반복되지만, 이를 구조적으로 가능케 한 밀집 사육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9일 오후 충남 천안시 풍세면 한 돼지농장에서 돈사 1개 동(1470㎡)이 불타 돼지 2천여마리가 폐사했다. 같은 날 경남 합천군 율곡면 3층짜리 다층 축사에서도 불이 나 돼지 1만3천여마리가 모두 죽었다. 3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삽시간에 축사 내부를 유독가스와 검은 연기로 채웠고, 소방대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건물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실습 중이던 대학생 김아무개(19)씨도 3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돼지농장 화재는 해마다 150여건씩 발생한다.
지난 19일 오후 경남 합천군 3층짜리 돼지농장에서 불이 나서 실습 중이던 대학생 1명이 목숨을 잃고, 돼지 1만3천여마리가 죽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
동물해방물결은 특히 합천 다층형 농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겨냥해 “이번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며, “충청남도가 추진 중인 ‘스마트 양돈빌딩’ 계획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기존 축사는 대부분 단층인데, 최근 집약도를 끌어올리려 다층 축사 건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223만여마리(전국의 20.6%)의 돼지를 사육하는 최대 축산지역인 충청남도가 특히 적극적이다. 충남도는 지난 2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양돈빌딩’을 건립·운영하는 중국 양샹그룹과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업무협약식을 맺기도 했다. 양샹그룹은 중국 광둥성·후난성 등 6개 지역에 고층 돼지농장을 지어 250만마리 돼지를 사육하는 기업으로, 17~27층 고층 건물에서 사료와 물 배급, 분뇨 배출, 돼지 이상 유무 감시 등을 자동화했다고 한다.
2022년 10월께 찍힌, 중국 양샹그룹이 운영하는 후베이성 26층짜리 ‘양돈빌딩’의 내부 모습. 웨이보 갈무리 |
그러나 국내 9개 동물단체가 연합한 ‘공장식 축산 폐지연대’는 “고층 건물에 돼지를 밀집 사육하는 방식은 동물복지를 후퇴시키고 가축전염병에도 취약”하다며, 양샹그룹이 운영 중인 “후베이성의 돼지 빌딩도 동물복지나 환경, 공중보건을 고려하지 않아 전세계적으로 강한 비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동물복지 돼지농장이 전체의 1%도 되지 않는 현실에서 이를 모델로 삼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공장식 축산의 대형화와 기술 고도화는 결국 생명을 더욱 밀집한 공간에 감금하고 착취하고 재난에 취약한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윤진현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도 “‘돼지 빌딩’의 경우, 철저히 방역을 하더라도 노동자, 농장 차량 등은 이동하기 때문에 감염성 질병 발생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 화재·감염병 발생 때 돼지들의 대규모 죽음이 불가피할 것”이라 우려했다.
김지숙 suoop@hani.co.kr,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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