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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중 기본인데… 北 '구축함 진수식 사고' 무엇이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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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발전 5개년 계획 끝나는 해
남포·청진서 동시 건조하며 경쟁 독려
환경·설비 열악한 청진 압박감 느꼈을 듯


15일 북한 청진조선소에서 북한 신형 5,000톤급 구축함이 건조를 마치고 진수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통일부 제공

15일 북한 청진조선소에서 북한 신형 5,000톤급 구축함이 건조를 마치고 진수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통일부 제공


북한이 전날 청진조선소에서 발생한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진수식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22일 이례적으로 신속히 공개하면서 사고 원인을 상세히 밝혔다. 배를 옆으로 바다에 띄우는 '측면 진수' 방식을 택했는데, 바다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수식 사고를 현장에서 지켜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을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형 구축함의 경쟁적 건조 속도전 △청진조선소의 낙후된 시설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진수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대차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하며 좌주(물이 얕은 바닥에 배가 걸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파공(배 하부에 구멍 뚫림)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됐으며, 함수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했다"고 사고 원인을 공개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함정 진수 동향을 사전에 추적 감시하고 있었다며, 군 당국은 "현재 배가 바다에 넘어져 있다"고 전했다.

이날 통일부가 공개한 지난 15일 청진조선소의 위성사진을 보면, 사고 구축함은 수면과 평행하게 측면으로 놓여있다. 측면 진수를 선택한 것인데, 이는 지난달 25일 '최현호' 진수 때 택한 플로팅도크 방식과 차이가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진조선소를 보면 5,000톤급 잠수함을 종선 진수(선체가 세로 방향으로 진수)하기엔 건조 시설이나 항만의 여건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3,000톤급 이상 함정 건조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4월 25일 북한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가 4월 25일 북한 남포조선소에서 열린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 진수식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 캡쳐


그러면 왜 북한은 환경이 열악한 청진조선소에서 신형 구축함을 건조했을까. 이에 대해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은 두 척의 신형 구축함을 동(청진), 서(남포) 조선소에서 동시에 건조하면서 경쟁적 구도를 만들어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가 이를 마무리하는 해다. 김 위원장의 조급증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 소장은 "청진조선소는 남포에 비해 설비가 열악해 공정 진행 속도도 느리다"며 "남포에서 건조한 최현호가 성공적으로 진수식을 치르면서 압박감도 크게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에 나선 만큼 최현호 때처럼 진수식에 이어 바로 화력시험까지 준비했을것"이라며 "이를 위해 탄을 미리 탑재했다면 함 균형이 깨져 사고 위험을 키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경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진수식 사고와 순항미사일 도발의 연관성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진수식 사고를 만회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북한이 순항 미사일 계통을 개발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기존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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