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NCAA 우승팀인 플로리아대 농구팀과 접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재정적자 규모를 더 키울 ‘트럼프 감세 확대안’을 밑어붙이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미국 주가와 달러 가치가 함께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의 재연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미국 하원을 찬성 215표 대 반대 214표로 가까스로 통과한 감세 법안은 2017년의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세금 감면을 연장하고, 일부 팁과 초과 근무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낮추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역시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도 같은 내용의 감세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문제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가뜩이나 우려가 큰 미국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를 더 늘린다는 점이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KCT)는 10년간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2조5천억달러(약 3440조원) 이상 증가시킬 것이라고 추산한다. 앞서 16일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낮췄는데,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는 이야기다.
이후 세계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마켓워치 자료를 보면, 21일(현지시각) 전날에 견줘 0.12%포인트 오른 연 4.61%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2일 연 4.13%에서 4월11일 4.49%로 치솟으며 세계 투자자들의 ‘탈달러’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 뒤 무역 긴장이 완화하면서 4월30일 4.16%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상승하며 전고점을 넘어선 것이다.
6개 주요 통화에 견줘 달러의 상대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도 4월2일 103.81에서 4월28일 99.01까지 하락했다가 5월12일 101.79까지 반등했으나 다시 하락세다. 21일 종가는 99.56으로 5월7일 이후 처음으로 100을 밑돌았다.
금융시장엔 ‘트럼프 관세’가 세계 공급망을 흔들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의 초장기 국채 금리가 모두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일본 2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1일 연 2.528%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월 중순의 연중 최고치에 육박했다.
미국에서는 21일 재무부가 실시한 160억달러 규모의 2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부진해 낙찰 평균 금리가 5.047%로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겼다. 최근 6차례 입찰 평균 금리는 4.613%였다. 초장기 국채는 거래가 적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금리에 쉽게 반영된다.
장기 금리 상승은 주택 건설 투자 감소 등으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금융시장 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21일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2% 가까이 하락했다. 22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 닛케이지수가 0.8%,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1.22% 하락했다.
달러 약세 흐름 속에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에 견줘 5.9원 내린 1381.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일본 엔화도 143엔대에 거래되며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정남구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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