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츄핑·꿈돌이·망곰…프로야구 팬심 잡는 ‘선수’

야구팬들이 지난해 9일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서 열린 ‘천생곰분! 망곰이의 베어스 탐방기’ 팝업 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젊은 야구팬의 유입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에 ‘캐릭터(IP·지식재산권) 협업’이 스포츠 마케팅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상품 기획·판매 수준에 그쳤던 캐릭터 협업 사업은 이제 신규 팬 유입, 팬덤 문화 활성화, 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는 활발하게 캐릭터와 협업 사업을 추진하는 구단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시대가 종식된 뒤 젊은 세대가 야구장을 찾기 시작하자, 두산은 2024년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높은 ‘망그러진 곰’과 협업을 진행했다. 단순히 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유튜브 등 구단 채널을 통해 두산의 상징인 곰과 ‘망그러진 곰’이 만난 이야기를 홍보하며 두 캐릭터를 연결하려 노력했다. 야구장 안에서 선수들은 ‘망그러진 곰’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었고, 구단은 팝업 스토어를 열어 야구장 밖 고객들을 포섭했다.

두산과 ‘망그러진 곰’ 간 협업은 양쪽에게 모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 사업으로 두산은 기존 충성도 높은 팬 외에도 젊은 팬을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고, ‘망그러진 곰’ 또한 야구팬에게 캐릭터를 알릴 수 있게 됐다. 두산 마케팅 담당 관계자는 “엠지(MZ) 세대에 유명한 망그러진 곰과 협업으로 젊은 팬이 유입됐고 상품 매출 역시 크게 올랐다. 다른 구단에서도 캐릭터 사업과 관련해 문의가 올 정도로 성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기아 타이거즈의 최형우가 지난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하츄핑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400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 제공

두산의 사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엘지(LG) 트윈스와 기아(KIA) 타이거즈 역시 10·20세대 취향을 반영한 캐릭터와 협업을 진행했다. 엘지는 웹툰 ‘마루는 강쥐’, ‘최고심’과 협업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팬심을 자극했다. 기아는 5월2일부터 4일까지 열린 ‘미리 갸린이날 시리즈’에서 초등학생에게 인기 있는 하츄핑 캐릭터를 시구자로 올렸다. 선수들은 하츄핑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고, 기아 타이거즈 공식 쇼핑몰에서 관련 상품은 품절 대란으로 이어졌다.

어린이·젊은 야구팬을 유입시키고자 추진됐던 캐릭터 협업은 연고지를 드러내고 기존 팬들의 결속을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올해 대전시 관광공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꿈돌이와 캐릭터 협업을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당초 여러 캐릭터로부터 제안을 받았던 한화는 야구단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연고지라 판단해 꿈돌이와 계약을 맺었다. ‘트랜드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지만,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우선시했다.

꿈돌이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마스코트인 수리가 꿈돌이를 만나 꿈을 이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선수들은 노란색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었다. 이러한 작업은 팬들로부터 “근본 있는 캐릭터와 협업했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매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화 세일즈마케팅팀 관계자는 “구단이 만든 역대 어느 스페셜 유니폼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꿈돌이가 들어간 노란색 유니폼의 매출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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