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개찰구를 통과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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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첫차 시간을 앞당기면 지금보다 다양한 경로로 출근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에요.”(경비노동자 정의헌씨)
“막차 시간이 빨라지니까 귀가가 늦어지면 택시를 타거나,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지하철을 대신할 버스를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사무직 직장인 양지현씨)
서울시가 이르면 8월부터 서울지하철 1~8호선 첫차와 막차 시간을 모두 30분씩 앞당기기로 하면서, 시민들은 출근과 귀가 형태에 따라 각기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서울시는 21일 지하철 첫차 시간을 새벽 5시30분에서 5시로 앞당겨 운행하는 대신 막차 시간은 오전 1시에서 0시30분으로 앞당길 계획을 밝혔다. 지하철 정비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첫차 시간을 앞당기는 만큼 막차 운행을 빨리 마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지하철 첫차와 막차 사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 사이의 결정에서 ‘첫차’를 택하기로 한 셈이다.
이른 새벽 출근해야 하는 경비·청소 노동자들은 첫차가 앞당겨진다는 소식에 고단했던 출근길 사정이 나아지리란 기대를 전했다. 경비노동자인 정의헌(71) 전국민주일반노조 공동주택분과 조직위원장은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대단지 아파트가 많은 강남 쪽에 경비노동자도 많다”며 “강남 지역은 지하철역 주변에 아파트가 있어 지하철로 출퇴근하려는 경비원에게 도움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비·청소 노동자의 일터인 대형 건물이나 아파트, 대학 등이 주요 지하철역과 접해 있는만큼 빨라지는 지하철 첫차가 주는 편익이 크다는 의미다. 대학교 청소노동자인 류한승(52)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도 “버스를 타던 새벽 청소 노동자들이 지하철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새벽 노동자들이 타는 주요 버스 노선들은 만원인 채 운행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실제 서울시는 첫차 시간을 30분 당기는 편익이 막차 시간을 30분 줄이는 것보다 클 걸로 본다. 첫차 시간이 빨라지면 새벽 5시부터 5시30분 지하철 이용 승객이 하루 2만3087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시간 전체 대중교통 이용자 71%가량이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탔을 때를 가정한 숫자다. 반면 이번 조처로 줄어들게 될 막차 시간(오전 0시30분~1시) 지하철 이용 인원은 하루 평균 6986명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직업 특성상 퇴근이 늦거나 원거리 귀가를 해야 하는 시민들은 앞당겨질 막차 시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촬영 일을 하는 안현표(28)씨는 “일을 하다보면 2번 중 1번 꼴로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타고 퇴근한다”며 “막차 시간이 당겨지면, 택시를 이용하겠지만 할증 시간대 요금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양지현(27)씨는 “야근을 하거나 회식이 잡히면 택시를 타야 해 곤란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MZ노조’로 불리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동조합은 이날 첫차·막차 시간 변경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서울시가) 새벽시간대 노동자를 위한다는 감성적 이유만 언급할 뿐 지하철 운행 시간을 30분 앞당겨야 할 만큼의 구체적인 수송 수요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의 김진환 교선실장은 “수요를 면밀히 검토하는 동시에, 열차나 시설물 안전 점검 업무에 문제가 없는지 충분히 검증한 뒤에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면서도 “첫차를 빨리 운행하자는 시민들의 의견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첫차와 막차 시간은 결국 공공성 관점을 기준으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성택 한양대 교수(도시공학)는 “공공 교통수단 관점에서 이용자 다수가 좀 더 혜택을 누리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출퇴근하기 위해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해당 시간대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지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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