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구축함 진수식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 구축함 ‘최현함’에 탑재된 무장 체계들의 성능 및 전투 적용성 시험을 지켜보는 모습. 자료사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구축함 진수식에서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대대적인 고강도 처벌을 예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새로 건조한 5000t급 구축함 진수식이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진행됐다”며 “구축함 진수 과정에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모든 사고 과정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인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로 된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 국가의 존위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김책공업종합대학, 중앙선박설계연구소를 비롯한 관련 단위들과 청진조선소의 해당 일꾼들의 무책임한 과오는 오는 달에 소집되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취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 중앙위 정치국은 올해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사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내달 하순 당 중앙위 제8기 제12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사고는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평가받는 최현함에 이은 북한의 두 번째 5000t급 구축함 진수 과정에서 발생했다.
통신은 “진수과정에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해 대차 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 부분의 진수썰매가 먼저 이탈돼 좌주(坐洲·배가 얕은 물의 바닥이나 모래가 쌓인 곳에 걸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됐다”며 “함수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다.
구축함을 건조한 뒤 물에 띄우는 진수 과정에서 함미만 미끄러지고 함수부분은 걸려 선체 일부가 파손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대형조선사는 선박을 건조하고 수리하는 건식독인 드라이독에서 건조를 마치고 물을 채워 내보내는데 규모가 작은 조선소에서는 선박을 경사를 이용해 미끄러트려 물에 띄우는 정통적인 측면진수방식을 쓰기도 한다”며 “대형선박 건조 진수 경험이 없는 북한이 진수 과정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해 선박이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진수할 때 선박이 옆으로 부드럽게 밀려 나가야 했는데 함미 쪽 이동레일이 먼저 빠지고 함수는 분리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선체에 구멍까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 위원장 참관 행사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대단히 격분한 모습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고와 관련해 ‘엄중한 평가’를 내렸다며 ‘엄중히 경고’하고 ‘추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구축함을 시급히 원상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직결된 정치적 문제”라며 “당 중앙위 6월 전원회의 전으로 무조건 완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반드시 청진조선소와 라진조선소 노동계급의 불같은 애국충성과 노력적 헌신이 국방력 강화에 이바지한 긍지 높은 위훈으로 빛이 나도록 해야 한다”면서 ‘사고조사그룹’에 ‘중요 지시’를 내렸다.
다만 통신은 중요 지시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구축함 진수식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구축함과 동급으로 추정되는 ‘북한판 이지스함’ 최현함이 지난달 탑재 무장체계 성능 및 전투 적용성 시험을 실시하는 모습. 자료사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한편 북한은 지난달 말 진수식과 무장시험을 가진 최현함과 동급으로 보이는 새 군함을 청진조선소에서 건조 중이었다.
이와 관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전문매체 ‘분단을 넘어’는 최근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청진조선소에서 대공·대함·대잠·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과 지상공격용 순항미사일(LACM), 전술탄도미사일 등을 운용 가능한 수직발사장치(VLS)를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새 군함을 건조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현함의 경우 길이 142m, 폭 22m에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74개의 수직발사장치와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이지스레이더(위상배열레이더)를 갖춘 것으로 추정돼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불리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