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매수자 파업'…30·40년물 금리 사상 최고

/AFPBBNews=뉴스1

일본 국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21일 30년물과 40년물 등 장기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이날 한때 일본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3.185%를 기록했다. 40년물 금리도 3.635%를 찍으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하루 전 실시된 20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하자 수급 악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채권 매도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입찰에서 국채 수요를 보여주는 평균 낙찰가와 최저 낙찰가 차이는 1.14엔을 기록, 1987년 이후 38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재정 불안 등을 배경으로 투자자들은 적극적인 매입을 꺼리는 모습이 뚜렷했다.

UBS의 제임스 말컴 전략가는 블룸버그를 통해 "장기 국채에서 매수자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불안한 정치 상황 속에 재정 지출 확대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7월20일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소비세 감세 논의가 이뤄지는 데다 미국으로부터 방위비 증액 요구도 받고 있어 재정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단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36.7%로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의 재정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며 "그리스보다 좋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린추킨자산운용의 나가토모 류마 펀드매니저는 "초장기 국채를 건드리고 싶지 않다"면서 재정 확장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려면 "당국(일본은행)의 개입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수급 개선에 나설 것이란 기대는 약하다. 일본은행은 약 576조엔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 분기마다 약 4000억엔씩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진행 중이다.

오카산증권의 하세가와 나오야 채권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시장 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테이퍼링(국채 매입 감액) 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일본은행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감액을 지속할 것이란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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