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에 '테무' 저가품 유럽 몰려올라... "2유로 수수료 부과"

기존엔 150유로 미만은 관세 면제
미국이 소포당 100달러 세금 부과해
중국 상품 유럽으로 쏟아질까 우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테무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비회원국에서 들어오는 저가 소포에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테무, 쉬인 등 중국 업체들이 유럽 시장을 겨냥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조성된 탓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유럽의회에 출석해 "저가 소포 하나당 2유로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수료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150유로 미만의 물품에 대해선 관세를 면제했던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는 것이다.

수수료 신설은 중국 플랫폼인 테무, 쉬인 등을 겨냥한 조치다. 지난해 EU로 들어온 22유로 미만 소포는 약 46억 개였다. 일일 평균 1,200만 개의 소포가 유입된 셈인데, 이 가운데 91%는 중국산이었다. 명분은 불량 제품이 많다는 점을 들었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불량이 대량 발생해 EU의 세관 직원들에게 막대한 업무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제품의 안전성을 점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론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의 저가 상품이 EU 회원국에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에 미국에서 면세 혜택을 받았던 소형 소포에 120%의 관세를 적용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관세 협의 후 54%로 세율을 내렸지만, 소포 한 개당 100달러의 고정세는 유지했다. BBC는 "그간 미국 시장을 겨냥했던 테무, 쉬인 등 중국 업체들이 유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테무, 쉬인 제품에 대한 유럽 소매업체의 반발도 컸다. 유럽 업체는 EU의 엄격한 안전·품질 기준을 지키면서 물건을 판매하는데, 중국 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아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논리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