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1.0 °
서울경제 언론사 이미지

셋 중 하나는 1억 이상 피해···93%가 한 푼도 못 돌려받아[사기에 멍든 대한민국]

서울경제 정다은 기자,채민석 기자
원문보기
<2> 무너진 삶과 가족 - 피해자 111명 설문조사
대출·사채 끌어쓴 경우도 29%
40%는 가족과 관계 악화·단절
90%가 대인기피 등 고통 호소
사기 범죄가 갈수록 조직화되면서 피해 규모도 더욱 커지는 가운데 피해자 셋 중 하나는 1억 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절반가량은 배우자와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돼 이혼·별거·파혼을 했거나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소중한 자산을 날린 데 이어 주변인들과의 관계까지 붕괴되면서 열 중에 아홉은 우울증, 수면 장애 등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진행한 사기 피해자 심층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 금액이 ‘1억 원 이상~5억 원 이하’라고 답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 111명 중 32%로 가장 높았다. ‘5억 원 이상’이라고 답한 피해자도 2명(2%)으로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억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5000만 원 이상~1억 원 미만’ ‘1000만 원 이상~500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자 비율도 각각 20%, 14%에 달했다.

‘억 소리’ 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사기범죄 특성상 범인이 검거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실제 응답자의 89%는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기 피해를 당한 지 6개월이 넘은 응답자가 전체의 59%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검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로맨스 스캠으로 1억 2000만 원을 날린 한 피해자는 “경찰에 1년 전에 신고했지만 미제 사건으로 수사 중지된 상태”라며 “자금책들이 외국에 있어서 못 잡는다고 하더라”고 한탄했다.

피의자 검거가 되지 않고 있는 만큼 피해액을 돌려받은 경우도 사실상 없다시피하다. 설문 응답자의 93%는 피해액을 단 한 푼도 못 돌려받았다고 답변했고 ‘일부 환수’와 ‘전액 환수’는 각각 3.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응답자의 70% 이상이 당한 신종 사기(투자 사기, 로맨스 스캠, 리뷰·부업 사기)의 경우 보이스피싱과 달리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계좌 정지, 피해자 보상 등이 일절 불가능하다. 코인 사기로 7400만 원을 날린 한 주부는 “변호사 상담을 받아보니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거짓말해서 범행에 쓰인 대포 통장을 지급 정지하라고 하더라. 양심에 찔려 차마 그렇게는 못했다”고 토로했다.

비극은 단순히 돈을 날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응답자의 40%가량은 이혼·별거 등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 단절 및 악화를 겪고 있었다. 갈등이 심각한 이유는 피해 자금 출처에서 드러났다. 개인 자산만 쓴 경우가 49%로 가장 많았지만 가족·지인 돈까지 빌린 경우도 12%, 대출 혹은 사채를 끌어다 쓴 경우도 29%에 달했다. 비상장주식 사기로 8500만 원을 날린 40대 여성 피해자는 “아들 전역 후 자취방 전세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대출까지 3500만 원가량 껴서 투자했다가 사기당했다”며 “남편과 사이가 너무 안 좋아져서 현재 이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이들과의 관계가 붕괴되면서 내면도 무너졌다. 사기 피해로 인한 심리적 영향을 묻자 응답자의 35%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수면 장애(26%)’ ‘대인 기피증(17%)’ ‘공황 장애(11%)’ 등까지 합하면 전체의 90%가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리딩방 사기로 전 재산 1억 5000만 원을 날린 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한 50대 피해자는 “즐기지 않던 술만 늘었다”며 “지옥은 사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현실에 공존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임종훈 신유빈 우승
    임종훈 신유빈 우승
  2. 2변요한 티파니 결혼
    변요한 티파니 결혼
  3. 3중러 폭격기 도쿄 비행
    중러 폭격기 도쿄 비행
  4. 4정준하 거만 논란
    정준하 거만 논란
  5. 5정준하 바가지 논란
    정준하 바가지 논란

서울경제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