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시장 비서, 수도 한복판서 암살 당해…마약조직 범행 의심

멕시코시티 시장의 비서와 정책자문관이 총격을 받아 사망한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왼쪽 검은 아우디 SUV 차량이 총격을 받은 차량이다. 사진 엘파이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도심 한복판에서 시장의 측근 두명이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가디언과 현지 매체 엘파이스의 보도를 보면, 20일(현지시각) 오전 7시 멕시코시티 모더나 지역의 솔라 지하철역 입구에서 오토바이를 탄 괴한이 정차 중인 승용차를 향해 10발 안팎의 총을 쏘고 도주했다.

차 안에 있던 클라라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의 비서인 히메나 구스만과 정책자문관 호세 무뇨스는 현장에서 숨졌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총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소음기를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혼잡시간대에 범행을 한 것을 보면 범죄자들은 사건을 숨길 생각이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이 총격을 당한 차량 앞유리에 남은 총알 자국에 숫자를 표시했다. 사진 엘파이스

당시 사건 현장에서 5㎞가량 떨어진 대통령궁에서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정례 아침 기자회견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 회견에는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치 안보부 장관이 동석해 있었는데, 그는 회견 도중 자리에서 벗어나 3∼4분간 통화한 뒤 곧바로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 모습은 대통령실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는 폭력 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소속인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시메나와 페페(무뇨스의 애칭)를 잃은 것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나는 그들과 이 위대한 도시를 변화시키기 위한 수년 간의 투쟁을 함께 해왔다”며 “우리는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는 진행 중으로 괴한들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브루가다 시장은 “치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에, 범죄 조직이 범행에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히메나 구즈만(왼쪽)과 호세 무뇨스가 사회 관계망 사진에 올린 자신들의 사진. 출처 엘파이스

멕시코시티 시장은 멕시코 대통령 다음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공직자로 꼽힌다. 셰인바움 대통령 역시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바 있다.

멕시코에서 정치인에 대한 암살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베라크루스주 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가 괴한들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멕시코 총선거 기간 동안 40명의 후보자가 살해당했다. 셰인바움 정부의 오마르 가르시아 하르푸치 장관도 5년 전 멕시코시티 경찰청장 시절 마약 카르텔의 암살 시도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적이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