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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수장 교체 1년’ 삼성 반도체 성과는 아직…장기전 반등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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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장을 교체한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삼성은 국내 영업이익 1위와 디램 점유율 1위를 비롯해 수십년간 지켜온 여러 왕관을 차례대로 경쟁사에 내줬다. 지난 한 해는 삼성 반도체의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위기’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위기 극복은 언제쯤 가능할까.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기술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3~5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랜 싸움을 앞둔 삼성 반도체 사업의 현주소와 반등을 위한 전제조건을 짚어봤다.





수익성 15년 만 최악…경쟁사의 10분의 1





21일 삼성전자 재무제표를 보면, 반도체(DS) 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4.4%였다. 2022년 말 시작됐던 ‘반도체 혹한기’를 제외하면 2009년 2분기(3.9%) 이후 최저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수익성이 사실상 1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악화한 것이다. 경쟁사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이 42.2%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5월21일 반도체부문장이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되던 당시 인사의 배경으로 지목됐던 반도체 위기 조짐이 이제는 냉혹한 현실이 된 셈이다.



나빠진 수익성은 뒤처진 기술경쟁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률에는 업황뿐 아니라 비싼 첨단제품의 매출 비중과 생산 수율(양품의 비율) 등이 영향을 미친다. 기술경쟁력이 부족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제품을 많이 팔지 못하고 수율이 떨어지면 수익성도 그만큼 악화한다는 얘기다. 결국 삼성이 만회해야 할 기술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장기전이 점쳐지는 이유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골 더 깊어진다”





장기전의 성패에는 내부 요인인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외풍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계할 만한 외부 요인으로는 단연 중국이 꼽힌다. 일단 중국 메모리 업계의 성장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2.3%에 그쳤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디램 출하량 점유율은 수년 안에 최대 10% 안팎에 다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낸드를 생산하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아직까지는 구형 제품 중심이긴 하지만, 그만큼 삼성을 비롯한 기존 업계의 매출 기반을 빠르게 뺏어오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몸집 불리기’가 메모리 업황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은 더 큰 변수다. 그동안 ‘3강 구도’의 과점 체제였던 디램 업계는 업황이 나빠질 때마다 감산을 통해 가격을 다시 밀어올려왔다. 문제는 정부 지원에 기댄 중국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고 ‘저가 물량 공세’를 펼쳐 점유율부터 키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량 조절을 통한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도 창신메모리는 비슷한 사양의 다른 제품보다 최대 5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미-중 분쟁, 삼성에 시간 벌어줄까





중국의 기세에 제동을 걸 만한 건 미국의 제재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 중국 업계의 증설 속도도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업계는 창신메모리의 이른바 ‘블랙리스트’(Entity List) 등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품목을 수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도체 장비 대부분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설 자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다만 미국의 통상 정책은 삼성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중국은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이자 생산기지이기도 한 탓이다.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이 삼성의 중국 낸드 공장에 장비를 반입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 범위를 더 좁히면 삼성의 어려움도 커지게 된다. 이미 지난해 말 미국은 모든 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조처를 단행한 바 있다.





빨라지는 인공지능 시계도 관건





인공지능 산업의 발전 속도도 삼성 반도체의 앞날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 시계가 계속해서 빨라질 경우 후발주자인 삼성 입장에서 따라잡기가 더욱 힘들 수 있다. 삼성의 반도체 위기가 인공지능 시대를 맞으며 가시화한 점을 고려하면 그 중요도가 가볍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 칩 1인자’ 엔비디아의 발걸음에 눈길이 쏠린다. 인공지능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의 세대 교체 속도가 사실상 엔비디아의 손에 달린 탓이다. 하이닉스가 지난해 3월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공급하기 시작한 반면, 삼성은 최근까지 청신호를 받지 못한 터다. 이대로 6세대(HBM4)로 넘어가게 되면 5세대 납품 이력이 없는 삼성이 불리해질 여지가 있다. 하이닉스는 올해 3월 이미 6세대 제품 샘플을 엔비디아에 전달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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