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영 기자]
기업용 소프트웨어 선도기업 SAP가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넘어 애플리케이션-데이터-AI를 잇는 '비즈니스 AI' 전략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 오렌지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SAP 사파이어 2025' 기조연설에서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AI의 플라이휠(성장을 가속화하는 선순환) 효과를 통해 AI 도입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 오렌지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SAP 사파이어 2025'에서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AP 제공 |
기업용 소프트웨어 선도기업 SAP가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넘어 애플리케이션-데이터-AI를 잇는 '비즈니스 AI' 전략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올랜도 오렌지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SAP 사파이어 2025' 기조연설에서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AI의 플라이휠(성장을 가속화하는 선순환) 효과를 통해 AI 도입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AP는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사용하는 ERP 솔루션으로 유명한 독일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최근 이 회사는 생성형 AI 코파일럿 '쥴'을 앞세워 AI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ERP를 넘어 기업 AI 전환(AX)의 기반이 되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AI 솔루션 전반을 다루는 회사로 진화한 것.
SAP는 이 세 요소를 각각 독립적인 기술로만 다루지 않고, 플라이휠 구조로 상호 작용하는 형태로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AI, 데이터,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기업의 민첩성, 회복력, 그리고 실행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클라인 CEO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기술의 유기적 연결성과 실질적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레벨'로 진화한 AI 비서 '쥴'
SAP는 이번 행사에서 자사의 대표 AI 코파일럿 쥴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순한 답변을 제공하는 챗봇을 넘어,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내재화돼 각종 업무를 총괄하는 'C레벨 AI'로 진화한 모습이다.
이번 행사에서 SAP는 '언제 어디서나'라는 구호와 함께 쥴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고 발표했다. SAP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뿐만 아니라 비SAP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도 언제나 상시 호출할 수 있는 '액션 바'를 선보였고, 쥴이 탐색하는 데이터도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정형 데이터와 더불어 웹 상에 존재하는 비정형 데이터까지 통합했다. 이를 위해 SAP는 이날 퍼플렉시티와 손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왼쪽)과 크리스찬 클라인 SAP CEO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남도영 기자 |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CEO는 "SAP는 누구보다 정형 데이터가 많고 우리는 비정형 데이터가 많다"며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양사 고객들이 믿을 수 있는 답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AP의 숨은 힘, 데이터 경쟁력
쥴이 사용자와 상시 접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면, 뒤에서는 다양한 AI 에이전트들이 업무를 수행한다. 이날 SAP는 올해 40여 개의 업무별 AI 에이전트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AI 에이전트들은 쥴의 진두지휘 아래 도메인별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기업들은 'AI 에이전트 허브'를 기반으로 SAP 자체 모델 뿐만 아니라 퍼블릭 모델, 산업별 특화 모델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SAP는 기업이 AI 솔루션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축·배포·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AI 운영 체제(OS) 'AI 파운데이션'도 선보였다. AI 파운데이션의 대표 기능으로 소개된 '프롬프트 최적화' 도구를 활용하면, 기업들은 기존에 수일이 걸리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을 수분까지 단축할 수 있게 된다.
필립 헤르치히 SAP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최고 AI 책임자(CAIO) /사진=SAP 제공 |
필립 헤르치히 SAP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최고 AI 책임자(CAIO)는 "현재까지 230여개 AI 사용 사례를 제공했고, 연말까지 400여 사용 사례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3만4000여 고객사가 SAP의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SAP는 전면에 비즈니스 AI를 내세우고 있지만, 숨은 힘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그동안 글로벌 무대에서 다양한 고객들과 쌓은 검증된 산업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외부의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하며 AI에 순도 높은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는 게 SAP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번 행사에서 SAP는 올해 2월 선보인 'SAP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DC)의 확장을 발표했다. BDC는 SAP 시스템 뿐만 아니라 외부 시스템의 데이터를 손쉽게 통합해 신뢰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환경을 구축할 수있는 솔루션으로, SAP는 데이터브릭스와의 협업에 이어 이날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20일(현지시간) SAP 사파이어 2025 행사 기조연설에 영상으로 등장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 /사진=남도영 기자 |
이날 기조연설에 영상으로 등장한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온톨로지를 사용해 대규모언어모델을 관리하고 파운드리를 통해 데이터를 통합한다"며 "이 제품들과 SAP 제품을 결합하면 고객과 파트너에게 엄청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P는 이번 행사에 BDC 기반으로 개발된 '지능형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피플 인텔리전스, 공급망 인텔리전스, 스펜드 인텔리전스 등 각 분야의 통찰력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은 쥴과 자연스럽게 연동돼 비즈니스 사용자의 질의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무하마드 알람 SAP 제품 엔지니어링 총괄은 "플라이휠 효과가 작동하면 AI, 데이터, 애플리케이션을 분간하기가 어렵다. 상호 연결돼 움직이기 때문"이라며 "SAP는 업무 영역별로 최고가 되고자 하며, 각 영역별로 비즈니스 AI를 내장해 지원한다"고 말했다.
'스위트 퍼스트' 전략으로 비즈니스 AI 기반 최적화
SAP는 애플리케이션-데이터-AI의 플라이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스위트 퍼스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재무, 회계, 인사, 공급망 등 각 업무별로 다른 시스템을 적용하면 데이터 사일로(고립)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합하기 위해 '서비스형 스위트(Suite as a Service)'인 'SAP 비즈니스 스위트'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SAP의 시스템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 환경에서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이날 NBC유니버설은 500여 개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복잡한 ERP 환경을 SAP S/4HANA 기반 단일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스튜디오, 미디어, 테마파크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하마드 알람 SAP 제품 엔지니어링 총괄 /사진=SAP 제공 |
미국 판매 1위 프로틴바 '비카인드(BE-KIND)'를 생산하는 KIND 역시 SAP 비즈니스 스위트를 도입해 사업부 확장과 인수합병(M&A)에 따른 통합 과제를 해결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ERP 도입 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브랜드를 확장 중이다. 이는 표준 기반의 단일 시스템이 비즈니스 유연성을 높인 사례다.
알람 총괄은 "AI 시대에 기하급수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엔드투엔드 연결된 비즈니스 환경이 필요하다"며 "AI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또 별도의 통합 레이어를 구축해야 한다면 복잡성은 더해지며, AI 시대에 플라이휠 효과를 내기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생산형 30% 향상 목표
SAP는 이 같은 전반적인 혁신을 통해 기업들이 생산성을 최대 30%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사에 앞서 SAP부터 내부적으로 이 같은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세바스찬 슈타인호이저 SAP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쥴을 통해 개발자, 컨설턴트, 인사팀 동료들이 이미 상당한 효율을 보고 있다"며 "SAP 전반에서 수억 유로에 달하는 AI 기반 효율성을 예산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바스찬 슈타인호이저 SAP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SAP 제공 |
SAP는 기업들이 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SAP 비즈니스 스위트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사 측은 '라이즈 위드 SAP', '그로우 위드 SAP' 등 각 고객 유형에 맞는 마이그레이션 비용을 선착순 지원하며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비즈니스 스위트 도입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리스찬 클라인 CEO는 "불확실한 시대에 어떤 미래가 와도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조화롭게 성장과 성공으로 이끌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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