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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서 숨진 남성 온몸엔 멍자국…삐뚤어진 사랑의 비극[사건의 재구성]

뉴스1 박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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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웠지"…머리에 비닐봉지 씌우고 삼단봉 폭행

시신 방치 한달 만에 자수…"범행수법 잔인" 징역 25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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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2022년 3월 13일 늦은 밤. 충북 청주의 한 지구대에 초췌한 얼굴의 여성이 찾아왔다. 출입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여성은 이내 믿기 어려운 말을 내뱉었다.

"제가 사람을 죽였는데요..."

곧바로 여성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은 베란다에서 옷더미에 덮여있던 한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숨진 지 오래된 듯 검게 변색된 채 부패해 있었다. 온몸에는 멍 자국도 있었다.

쓸쓸한 주검으로 발견된 남성의 정체는 다름 아닌 지구대를 찾아온 여성의 남자 친구였다. 이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숨진 남성 A 씨(당시 31·지적장애 3급)는 1년 전쯤 중고 물품 거래를 하다 여성 B 씨(35)를 만나게 됐다.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동거생활을 시작하며 그들의 사이는 더욱 애틋해졌다. 아이까지 갖게 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고 하루하루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B 씨는 A 씨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A 씨는 바람을 피운 적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B 씨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불신이 깊어지면서 외출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감시를 위해 거실에 CCTV까지 설치했다. 서로에게 품었던 애틋한 감정은 집착과 분노로 뒤바뀌었다.


그 이후 B 씨는 짜증이 날 때마다 주먹과 발로 A 씨를 폭행했다. 한겨울 날씨에 속옷만 착용한 상태로 베란다에 머물도록 했다. 음식과 물도 주지 않았고, 화장실도 못 가게 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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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B 씨는 철제 호신용 삼단봉으로 A 씨의 온몸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그만해 달라"는 A 씨의 눈물 섞인 애원에도 매질은 멈추지 않았다. B 씨는 당시 A 씨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급기야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을 했다. 허락 없이 허리를 굽힐 때마다 삼단봉으로 온몸을 내리치거나 담뱃불로 맨살을 지졌다. A 씨가 실신하면 찬물을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한 뒤 끔찍한 짓을 반복했다.


결국 A 씨는 베란다에 갇힌 지 8일째 되던 날 폭행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숨졌다. 사인은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

A 씨가 숨진 것을 확인한 B 씨는 그의 시신을 옷더미로 숨겼다. 그러고는 A 씨의 휴대전화로 집주인이나 지인들에게 연락했다. A 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완전범죄를 꿈꾸던 B 씨는 가족의 설득으로 한 달 만에 지구대를 찾아 범행을 자수했다.

살인과 시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는 "자수를 했기 때문에 사체를 유기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 역시 B 씨의 항소·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학대한 것으로써 범행 수법이 극히 잔인하고, 피해자의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고 꾸짖었다.

이어 "자신의 아이를 밴 피고인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며 겪었을 고통과 공포는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평생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도록 하기 위해 무거운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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