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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맑고 담백한 ‘나가하마 라멘’

조선일보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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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 다양한 일본 라멘집이 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종류는 돈코쓰(돼지 뼈) 라멘인 것 같다. 돼지 뼈를 우려낸 진한 국물이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서 빠르게 퍼진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돈코쓰 라멘이 후쿠오카 향토 음식이라는 걸 알고 계시는지. 후쿠오카 돈코쓰 라멘 중에서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후쿠오카 나가하마 시장에서 팔았던 나가하마 라멘을 소개하고 싶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후쿠오카 텐진에서 북쪽으로 걸어서 약 10분. 하카타항과 가까운 곳에 나가하마(長浜)라는 동네가 있다. 나가하마 어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라멘을 먹었다. 보통의 돈코쓰 라멘보다 국물이 맑고 담백한 맛이라 아침부터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일본 라멘은 너무 짜다”고 느끼는 한국인 입맛에도 딱인 것 같다.

바쁘게 일하러 가는 상인들을 위해 빠르게 음식을 내놓을 수 있도록, 나가하마 라멘은 오래 삶지 않아도 되는 가는 면을 사용한다. 가는 면은 먹다가 금방 불어서 따로 곱빼기 메뉴는 없다. 더 먹고 싶은 사람은 면을 추가해서 먹으면 된다. 면을 추가할 때 덜 익힌 면 ‘가타메(かため·딱딱하게)’나 ‘바리카타(ばりかた·더 딱딱하게)’로 주문하면 삶는 시간이 줄어들어 더욱 빨리 나온다. 물론 급하지 않아도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아서 ‘가타메’나 ‘바리카타’로 주문하는 손님도 많다. 이렇게 면의 익힘 정도를 선택하는 건 나가하마 라멘집에서 시작됐고, 요즘은 하카타 라멘 등 다른 돈코쓰 라멘집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엔 음식 전문가가 많고, 이들이 먹는 음식은 당연히 맛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일본 최대의 규동(소고기 덮밥) 체인점인 ‘요시노야’도, 원래 도쿄 쓰키지 시장에서 처음 개업한 식당이었다. 나가하마 라멘도 시장에서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맛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현재 나가하마 시장 근처에 나가하마 라멘집이 몇 군데 있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현지 시장의 음식이 외국 손님한테까지 인정을 받는 건 일본인으로서 뿌듯한 일이다.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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