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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적 상상력 빈곤 드러낸 ‘배우자 TV토론’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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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황당 제안에 김건희 논란만 불거져





얄팍한 카드 대신 보수 혁신 큰 그림 제시해야



국민의힘이 어제(20일) 대선후보 배우자의 TV토론을 제안했다가 경쟁 후보들로부터 면박만 당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 형식으로 불쑥 꺼낸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생중계 토론은 뜬금없는 제안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김 후보가 이 후보에게 열세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지난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 150만원이 선고된 김 여사를 공격하려는 속내로 보이지만, 전례도 없고 현실성도 없는 황당한 카드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사실상 공인이라는 점, 잇따르는 배우자 관련 구설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크다는 점은 인정하나 배우자 TV토론은 이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배우자끼리 토론을 한다고 해서 사전에 검증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이 문제는 문재인·윤석열 정부 내내 임명하지 않았던 특별감찰관 제도처럼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의 일탈을 감시하고 예방하는 조직의 정상화로 풀어야 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배우자 토론은 정책에 맞춰야 할 대선의 초점을 가족의 사생활 논란이나 이미지 경쟁으로 흐릴 위험이 있다. 더욱이 김건희 여사 문제로 민심을 잃었던 국민의힘이 배우자 검증을 요구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차라리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김 여사에게 성실하게 수사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유권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얄팍한 카드로 국민의힘이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두고 어정쩡한 태도로 실기한 김문수 후보는 지난 18일 열린 첫 대선후보 토론에서도 반전을 이루지 못했다. 보수 빅텐트는 고사하고 당내 경선에 참여했던 인사들조차 품지 못한다. 경선 패배 직후 미국에 간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 특사단까지 보냈으나 고작 얻은 것은 “민주당과 손잡을 일 없다”는 말과 페이스북 파란 넥타이 프로필 사진 교체뿐이다. 한동훈 전 대표조차 어제 SNS에 “지금 국민께서는 대통령 배우자가 아주 조용히 지내길 바라십니다”라며 후보자 토론회 제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도대체 당내 의견 수렴이라도 제대로 거쳤는지 의문이다. 보수 세력을 결집한다면서 배우자가 없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또 어쩔 건가.

열세가 뚜렷한 판세 속에서 국민의힘은 보수 지지자에게 대안을 보여줘야 하나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입법·행정·사법에 걸친 민주당의 권력 독점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배우자 토론 같은 한심한 아이디어만 내놓고 있다. 남은 2주 만이라도 얕은 수에 집착하지 말고 보수 혁신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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