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김도훈의 엑스레이] [71] 가능한 임무를 찾아서

조선일보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원문보기
불가능한 임무가 끝났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1편은 1996년 개봉했다. 내가 입대한 해다. 내 임무는 2년 2개월 만에 끝났다. 톰 크루즈가 임무를 끝내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다 숨이 막혔다. 톰 크루즈는 날아가는 경비행기에 매달려 싸운다. 2편에서는 암벽 등반을 했다. 4편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매달렸다. 5편에서는 수송기에 매달렸다. 6편에서는 헬리콥터에 매달렸다. 7편에서는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직접 스턴트를 했다.

군 시절 나도 스턴트를 했다. 군대는 영화가 아니다. 스턴트라 부를 수는 없다. 어쨌든 스무 살 나는 몸으로 해냈다. 11미터에서 하강하는 레펠도 했다.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높이다. 벌벌 떨며 조교에게 욕을 먹다 깨달았다. 나는 전투용 인간이 아니었다. 육군본부는 나를 행정병으로 만들었다. 내 근육 중 그나마 쓸모 있는 부위가 두뇌 근육이라는 걸 알아챈 것이다. 두뇌에는 근육이 없다.

영화를 보고 나오던 중 친구가 물었다. “요즘 젊은 애들에게 톰 크루즈는 어떤 이미지일까?” 나에게 그는 액션 스타인 동시에 젊은 연기파 배우였다. 스턴트가 필요 없는 ‘레인맨’ ‘7월 4일생’ ‘어 퓨 굿맨’ 등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 오스카 후보에도 3번 올랐다.

톰 크루즈는 오스카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1999년 ‘매그놀리아’를 마지막으로 ‘연기 변신’을 끝냈다. 액션 스타와 연기파 배우 사이에서 더 자신 있는 것을 골랐다. 선택했다. 집중했다. 영화 역사상 매우 성공적인 시리즈 중 하나인 ‘미션 임파서블’이 그 결과물이다.

인간은 다 해낼 수는 없다. 다 잘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내가 지금 이따위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 결과물이다. 마지막 문장이 안 풀릴 때마다 어딘가에 외롭게 매달린 톰 크루즈를 떠올린다. 오늘 임무는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겠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구독하기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브리지트 바르도 별세
    브리지트 바르도 별세
  2. 2한학자 통일교 조사
    한학자 통일교 조사
  3. 3박근형 이순재 별세
    박근형 이순재 별세
  4. 4김종국 위장 결혼 의혹
    김종국 위장 결혼 의혹
  5. 5손흥민 리더십
    손흥민 리더십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