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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산에 나무들이 죽고 있다

조선일보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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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일러스트=김성규


중동 국가 레바논의 국기 한가운데엔 초록색 나무 한 그루가 그려져 있다. 레바논시다(Cedar), 레바논삼나무다. 백향목으로도 불리는 이 나무는 레바논의 과거 영광을 상징하고 있다. 페니키아인들은 이 나무로 배를 만들어 지중해 해상 무역을 장악하고 카르타고 등 여러 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등 번영했다. 그러나 남벌로 이 나무가 고갈되자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해 결국 로마 등 주변 세력에 흡수되는 운명에 처했다.

▶우리 숲 나무들은 남벌이 아니라 고사(枯死)가 문제다. 온통 푸르러야 할 요즘 산 곳곳에서 잎이 누렇게 말라 갈색으로 변한 나무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소나무·잣나무·낙엽송 같은 침엽수는 물론 잎이 넓은 참나무 종류도 있다. 예전에 비해 이렇게 고사한 나무들이 늘고 있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는 우리나라 숲에서 각각 2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소나무는 소나무재선충병에, 참나무는 참나무시들음병에 시달리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실 모양의 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해 수분 이동 통로를 막아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한 해 소나무 100만그루가 재선충으로 고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서 걸리면 100% 죽는다. 꼭 보호해야 할 소나무는 예방주사를 놓아 보호하고 있다. 참나무시들음병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매개충과 병원균 공격으로 나무가 급속히 말라 죽는다. 수도권 산에선 이 병을 예방하기 위해 줄기에 끈끈이롤을 잔뜩 감아 놓은 나무를 볼 수 있다.

▶소나무·참나무가 병충해 피해를 보고 있다면 구상나무와 낙엽송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집단 고사하고 있다. 한라산에 오르다 보면 하얗게 말라 죽은 나무 무리를 수없이 볼 수 있다. 죽은 구상나무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나무인데 기후변화 영향으로 제주도에서만 최근 100년 새 48%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리산·덕유산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특산종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나무와 숲이 한 국가나 문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준 사례는 꽤 많다. 영국은 16~18세기 해군력 강화를 위해 참나무 보호와 식재 정책을 편 결과, 강력한 해군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반면 9세기 노르웨이 바이킹은 아이슬란드에 정착해 100년도 지나기 전에 삼림의 97%를 벌채했다. 아이슬란드는 오늘까지도 산림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많은 나무들이 고사하기 전에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선심성 예산이 아니라 이런 예산을 늘리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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