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국민의힘·왼쪽부터)·권영국(민주노동당)·이준석(개혁신당)·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비에스(SBS)에서 열린 경제 분야 첫 티브이(TV)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김현성 | 작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3년 만에 치러지게 되는 이번 대선 역시 각 후보들의 공약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선거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모든 후보들은 새로운 미래를 바로 자신만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후보들의 공약을 바라보면 과연 그 공약 속에 미래가 존재하기는 할지 미심쩍기만 하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공약은 물론이고, 미래는커녕 과거에 그 폐단이 지적되어 폐지된 제도를 되살리겠다는 공약도 아주 당당하게 공약집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후보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혁신당의 이준석 후보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 공약은 각 지역별로 경제적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견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가지 중대한 오류가 있다. 우리나라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이므로,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차등화되면 노동의 수요는 모두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가뜩이나 수도권 집중으로 발생하고 있는 많은 폐단을 더욱 악화하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준석 후보는 ‘리쇼어링’을 주장하며 외국의 생산공장이 한국의 산업단지로 복귀할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 한해 최저임금 차등 지급을 최대 10년간 허용하게끔 하는 공약도 추진하고 있다. 노골적인 인종차별 공약임은 기본이고, 우리나라 국내에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듯이, 더 나은 소득을 꿈꾸며 선진국의 경제력을 분배받으러 오는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어느 국가로 가서 일할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이들이 과연 한국으로 와서 일하려 할지조차 의문이라는 사실은 고려 대상이 아닌 듯하다.
국민의힘의 김문수 후보는 놀랍게도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으로 재이관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없는 비밀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사실은 그에게 별로 중요치 않은 것 같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동일한 사유로 자국 내 안보 문제는 다른 수사기관의 협조를 얻어 방첩 활동을 전개한다. 공권력 앞에 놓인 시민의 힘은 너무나도 무력하기에, 수사를 받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공정한 수사를 받고 불필요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비밀 유지 때문에 민원 창구조차 운영하기 어려운 정보기관이 어떻게 공정한 수사가 가능할까?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으로 모진 고문을 견뎌야 했던 사람의 대선 공약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우 나름대로 많은 분야에서 제법 구체적인 공약들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후보의 공약은 대부분 ‘강화, 지원, 확대, 구축, 보장’ 등의 단어로 끝맺음이 되는데, 이 모든 단어는 궁극적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간과된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우리나라는 2023년부터 기업 실적 악화 등으로 세수 실적이 세입 전망에 크게 미치지 못하여, 2023년에는 무려 56조4천억원, 그리고 지난해인 2024년에는 30조8천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석열 정권의 무책임한 부자 감세와 12·3 내란사태는 경제 환경을 크게 악화시켰고,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까지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거의 확실히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거 2년치의 세수 결손만 해도 누적으로 80조원인데, 올해까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이재명 후보의 공약집에 담긴 그 수많은 ‘강화, 지원, 확대, 구축, 보장’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대선 후보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자원의 한계가 다가오게 되면, 결국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장밋빛 공약보다는 대화와 설득이 필요한 ‘인기 없는 정책’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유권자와 대화를 하고 인기 없는 정책을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대신 ‘누군가를 지켜달라’고 호소한다거나, 특정한 성향 사람들의 구미에만 맞는 공약을 마치 당근인 양 내미는 것은 매우 쉽다. 미래를 위한 ‘어려운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제 우리 공동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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