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산책로에서 '개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너구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사는 A씨는 지난 7일 강아지와 함께 아파트 단지 안을 산책하다가 강아지와 비슷한 크기의 야생 너구리 2마리와 마주쳤다.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자 너구리가 달려들었고, A씨와 강아지는 깜짝 놀라 도망쳤다. 그는 “조금 늦었으면 강아지가 너구리한테 물릴 뻔했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너구리가 광견병, 벼룩도 옮긴다던데 또 만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 출몰하는 야생 너구리가 늘어나면서 서울시가 ‘너구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질병 모니터링을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너구리들이 어떤 병에 자주 걸리는지 파악해 예방약을 주요 출몰 지역에 뿌리고, 심각한 경우 구조할 방법도 찾기 위한 작업이다. 너구리 감염병을 검사하는 것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서울시 내에 출몰하는 야생 너구리는 매년 증가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8년 구조된 너구리는 49마리였는데, 지난해엔 117마리가 돼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엔 한강 주변이나 산에서만 목격됐는데, 요즘엔 길고양이 먹이를 훔쳐먹으러 아파트 단지까지 누비고 다닌다”고 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25곳 중 24곳에서 너구리가 관찰되고 있다.
문제는 야생 너구리가 사람이나 개를 물어 감염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광견병뿐 아니라 이른바 ‘살인진드기병’이라 불리는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SFTS)에도 걸릴 수 있다. 사람이 너구리를 만지면 개선충(옴)에 감염돼 가려움증이 생길 수도 있다. 개는 온몸의 털이 듬성듬성 빠지게 된다.
야생 너구리는 6월부터 새끼에게 먹이 찾는 법을 교육하기 위해 시내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시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도심 공원, 주택가 등에서 구조된 너구리에게서 시료를 채취해 질병 감염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광견병 등 인수 공통 감염병 10종과 동물 질병 13종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너구리를 발견하면 신기하다고 만지지 말고 꼭 야생동물구조센터 등에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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