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투표 시작에도 못 뭉치는 보수…이재명에 뺏긴 빅텐트

[이데일리 김한영 황병서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됐지만, 보수 진영은 ‘반(反) 이재명 빅텐트’는커녕 내부 단일대오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국민의힘 출신 김상욱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데 이어 친박(親박근혜) 지지 단체 등 당 안팎의 세력까지 민주당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당초 국민의힘이 주도하려던 ‘반명 연대’는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반 국민의힘 연합’으로 뒤바뀌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한 계엄·탄핵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 정리가 지연되면서, 선거를 불과 보름 앞둔 지금까지도 ‘빅텐트’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사진 = 이데일리)

보수 ‘이재명 텐트’로…위기감 속 직접 나선 김용태

반명 빅텐트가 좀처럼 동력을 얻지 못하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직접 수습에 나섰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를 만나 반이재명·개헌 연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동을 마친 김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계엄 단절과 극복을 전제로 이재명 독재 집권을 저지하고, 제7공화국 개헌을 위한 통 큰 협의를 앞으로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선 배경에는 보수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찬탄(탄핵 찬성)파인 김상욱 의원을 비롯해 개혁신당 소속이던 허은아·김용남 전 의원 등도 잇따라 보수 진영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으로 향했다. 반명 전선을 기대했던 보수 진영이 오히려 뚫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외 친박계 조직인 박근혜 서포터즈·자유대한민국 지키기 운동본부·정치개혁연대·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 경기북부본부도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 단일화 갈등도 여전히 봉합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단일화 이슈에 밀려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자, 국민의힘은 특사를 파견해 수습에 나섰다. 또한, 한 전 총리 측은 김 후보의 선대위원장 제안 등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런 기류를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장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에 입당한) 분들을 폄훼하려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말하는 빅텐트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라며 “대선 후보급의 연합이나 정책 공동 전선이 있어야 진짜 빅텐트”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흐름에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위원장은 같은 날 총괄본부단 회의에서 “방탄유리 스크린으로 막을 수 없는 후보의 진심이 담긴 경청·통합·화해·포용 행보에 민주당의 빅텐트가 커지고 있다”며 “내란에 반대한 애국 세력이 부패한 내란 극우 카르텔에 맞서 이념이 아닌 국익을 위해 총집결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 “지금은 반명 텐트 아닌 윤(尹)텐트” 혹평

복수의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연대 실패 이유로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점’을 꼽는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이 있었지만 시점상 이미 늦었고, 김문수 후보 역시 명확한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서 반명 전선의 외연 확대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재명 대세론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김문수 후보가 탄핵에 대해 전향적인 메시지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며 “계엄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나, 탄핵 반대 등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라며 반명 빅텐트보다는 ‘윤(윤석열 전 대통령)텐트’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난 탄핵 국면에서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회복됐었으나,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며 “이 말은 탄핵의 충격에서 벗어날수록 국민의힘이 그만큼 수습을 잘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대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이 어느 정도 확인된 시점에서 반명 빅텐트가 힘을 얻기 위해선 계엄에 대한 입장만으로는 부족하며, 국민의힘 차원에서 탄핵에 대한 전향적 사과와 정리 작업이 있어야 빅텐트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제21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재외투표는 20일부터 25일(한국시간 26일 오후 12시)까지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투표소는 182개 재외공관에 추가 투표소 41개가 더해져 총 223개다. 공관 사정에 따라 투표소 운영 기간이 하루에서 엿새까지 다르므로, 각 공관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투표 참여자는 사진이 부착된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등 본인 확인이 가능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