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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법계 4심제 최고법원의 위엄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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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연방대법원(Supremo Tribunal Federal)은 2019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행위를 범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브라질 사회주의인민당(PPS)과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연합이 제기한 입법부작위 위헌 소송에서 성소수자 대상 혐오 범죄를 기존의 ‘인종차별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에 포섭함으로써 처벌의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권의 성소수자 혐오 정책에 맞서 사법적극주의적 결단으로 입법의 공백을 메운 것이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명 ‘세차 작전’으로 구속됐던 룰라(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취소해 2022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 있게 했던 것도 연방대법원이었다.



브라질 헌법재판소로 번역되기도 하는 연방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4개의 대법원을 거느린다. 민·형사대법원(STJ), 노동대법원(TST), 선거대법원(TSE), 군사대법원(STM)이 각각 3심제로 운영된다.



4심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브라질 같은 남미 국가 말고도 많다. 독일·오스트리아·스페인·이탈리아·체코·튀르키예·대만 등 대륙법 체계를 받아들인 나라들이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5개의 전문대법원을 거느린 최고법원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는 세계 최초로 헌법재판소를 설립한 나라다. 대륙법계인 우리나라가 4심제를 도입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도입 법안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찬성하면서 헌법소원이 남발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재판소원의 대상을 확정판결이 나온 사건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대법원은 “사실상 4심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도 반대한다. 한해 4만~5만건의 소송이 대법원에 쏟아져 재판 지연이 심각하다면서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까지 감행하며 상고법원을 추진했던 대법원 아닌가. 결국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보장되는 증원이 아니라면 차라리 재판 지연이 낫다는 말인가. 감히 국민 주권 침탈을 기도하거나 내란 우두머리 구속 취소를 결정하는 법원이 아니라, 브라질 연방대법원처럼 시대를 선도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처럼 사법개혁 목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졌겠는가.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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