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꼰대?"...한동훈, '배우자 토론' 제안에 한마디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 후보 배우자들의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한 데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지금 국민들께선 대통령 배우자가 아주 조용히 지내길 바라신다”라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전 대표는 20일 SNS에 이같이 밝히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지역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장의 대선 후보 배우자 TV 토론회 제안에 대해 “2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시간 낭비”라며 “김용태가 제 앞에 있었으면 엄청 혼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친이준석계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멤버였으나 이후 총선 국면에서 탈당하지 않고 국민의힘에 잔류했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공당의 후보가 다른 공당의 비대위원장에게 ‘내 앞에 있었다면 혼냈을 거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국민의힘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구태와 꼰대 짓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배우자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만 이에 대한 검증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TV 토론을 제안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 배우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이라며 “영부인은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기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희망보다는 실망을, 통합보다 분열을 안겨드렸다”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각종 논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직전 대선에서 김 여사 논란이 제기됐는데 왜 이런 제안이 없었냐’는 지적에 “그때는 제가 비대위원장이 아니었다”며 “영부인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있다. 그에 대한 많은 갈등, 분열이 있었다. 저희도 반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후보 배우자 설난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 여사 등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토론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우자 TV 토론 제안을 놓고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배우자가 없는) 이준석 후보는 어떻게 하나”라며 “그것이 그 당의 문제다. 즉흥적이고, 무책임하고 대책 없고,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에 그런 식으로 장난치듯이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 격식에 맞게 말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김 비대위원장이 최근 자신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비판한 점을 되새기며 “그분이 ‘120원짜리를 8000원 비싸게 팔고 있다’고 내가 말했다고 조작한 그분이죠”라며 “그거 처벌받아야 된다. 그럼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는 “후보자 검증이 기본이지만 배우자 가족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이 알 필요가 있고, 알고 투표하면 정확한 투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저는 거절할 필요도 없고, 이런 부분이 엄정히 될 필요가 있다면 검증도 하고 토론도 하고 그런 건 기본적인 것 아닌가”라고 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절연 등을 요구하며 김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지 않고 있는 한 전 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첫 지원 유세에 나선다.

다만 한 전 대표는 당 선대위와 조율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