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빌바오(스페인), 이성필 기자] 하루가 지나자, 토트넘 홋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1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에는 비가 내렸다. 폭우는 아니었지만, 거리를 적당히 적시는 빗줄기에 우산을 팔러 나온 상인들이 꽤 보였지만, 유럽인들은 거센 빗줄기가 아닌 이상 비를 맞으며 걷기에 그들은 외면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 모여드는 이들이 있었다. 영국에서 날아온 토트넘, 맨유 팬들이었다. 점심시간 인접해 마드리드에서 달려온 기차가 빌바오역에 하차했고 상당수의 영국인이 거센 억양을 써가며 22일 오전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예정된 토트넘-맨유의 2024-25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을 보겠다는 의지를 뿜어냈다.
유니폼은 기본이었다. 가방에 큰 보자기를 둘러싸고 양팀 팬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여행 가방에도 구단 엠블럼이 크게 박혀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예약한 숙소로 가서 짐을 맡기는 모습이었다.
일부 팬은 이미 산 마메스를 일찌감치 둘러보며 어쩌면 자신들의 우승 대관식이 열릴지 모르는 곳에 대한 설렘을 표현했다. 인근 펍에서는 이미 "COYS, 컴온 유어 스퍼스"를 외치는 토트넘 팬들이 보였다. 한국인이 말을 걸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는지 "쏘니", "위너" 등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가장 빨리 반응하는 이들은 역시 노점상이었다. 빌바오 시내 한복판에는 가짜 상품을 팔기 위한 노점이 순식간에 깔렸다. 결승전을 기념하는, 토트넘과 맨유가 새겨진 머플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UEFA에서 설치한 공식 매대가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지만, 이들은 어디선가 제작된 가짜를 가지고 와서 현혹했다.
노점상에게 다가가 얼마인지 묻자 "100유로(한화 약 15만 원)"라는 호기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농담이냐고 묻자 "충분히 살 수 있는 금액 아니냐"라는 진담이 돌아왔다. 장난을 쳐도 머플러 가격이 유니폼 수준이라는 점은 놀라웠다. 물론 이들에게 다가선 이들은 없었다.
경기를 이틀 앞두고 빌바오 교통 당국에서는 일찌감치 지하철 노선도에 경기 당일 산 마메스 역은 무정차 통과됨을 알렸다. 앞뒤 역에서 내려 걸어 오라는 것이다. 경기 시작 시각은 오후 9시지만, 6시간 전인 3시부터 그대로 지나침을 분명하게 알렸다. 경기장 반경 1km는 차량 없는 구역으로 설정했다.
지하철은 경기 종료 후 익일 오전 6시까지 계속 다닌다. 빌바오 시내에서 음주를 즐길 양팀 팬들과 저녁 늦게 활동하는 스페인 국민(=빌바오 시민=)의 특성이 모두 고려됐다.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결과에 따라 빌바오 시내에서는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물결칠 것이기 때문이다.
UEFA는 상업적 권리를 빠르게 챙겼다. 산 마메스 건너편 건물에 크게 부착되어 있던 아틀레틱 빌바오 공격수 니코 윌리엄스의 얼굴이 크게 새겨진 광고판은 바로 사라졌다. 해당 위치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토트넘-맨유만 홍보 권리, 선수 초상권 사용만 있었다.
20일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팬들이 모여 떠들고 응원하는 '팬 페스트'를 개장한다. 혹시 몰라 경기 당일에는 구역도 분리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우승에 대해서는 토트넘이 더 절실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무관이라는 결말로 끝난다면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입장권 없이 빌바오에 오는 팬들이 더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하다 훌리건으로 변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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